지리산 화개골에서 그림 같은 풍경과 마주치다
계곡으로 내려갔다. 굳이 계곡으로 내려간 이유는 의신 마을에서 노인과 외지인의 대화를 엿들어서다. 부부로 보이는 중년의 사람 둘이 노인을 붙잡고 몇 번이나 같은 물음을 했고 노인은 나중에 짜증 섞인 말로 답을 하고 있었다.
“아 글쎄, 몇 번이나 맞다고 안하요. 여기서 조금 올라가다보모 길가에 큰 바위가 있어. 그 바위 옆으로 해서 계곡으로 내려가모 그 소나무들이 있다쿤께.”
사실 별 기대는 없었다. 그래도 궁금한 건, 대체 어떤 소나무이기에 서울에서 왔다는 부부가 그렇게 찾아 헤맸단 말인가. 하동군 홍보 사진을 보고 부러 왔다는데, 골짜기 저 아래부터 샅샅이 훑었으나 소나무를 찾지 못했다는 말에 확 마음이 쏠린 것이었다.
노인의 말을 어림잡아 계곡으로 내려갔다. 계곡에는 집채만 한 바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 어디쯤인가 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 순간 족히 10m는 넘는 바위 위에 대여섯 그루의 잘 생긴 소나무가 거짓말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아, 이거구나! 이 깊은 계곡에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의 바위도 그렇지만, 마치 잘 손질한 정원수처럼 잘생긴 소나무 대여섯 그루가 한 폭의 그림마냥 서 있는 모습은 실로 감동이었다. 바위와 소나무에 정신이 팔려 계곡의 바위를 위험스럽게 넘나들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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