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무인서점, '정직한 서점' 지난 14일, 삼례역 인근에 있는 삼례문화예술촌에 들렀다. ‘삼삼예예미미’라고 적힌 예술촌 고유의 이름이 인상적이다. 말쑥한 입구와는 달리 낡고 거대한 창고들이 있는 예술촌 안의 풍경은 왠지 모르게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이곳이 예술촌이라니… 대형 창고가 대여섯 개는 되어 보인다. 밖에선 보기엔 낡은 창고 모습 그대로지만 안은 딴판이다. 문화예술공간으로 화려하게 탈바꿈한 걸 볼 수 있었다.
완주군 삼례읍 옛 양곡창고를 중심으로 조성한 삼례문화예술촌은 책박물관, 책공방북아트센터, 디자인뮤지엄, 미디어아트갤러리, 김상림 목공소, 문화카페, 서점이 어우러진 일종의 책마을이다.
삼례지역은 호남 최대의 역참지로 조선시대 삼남대로와 통영대로가 만나는 거점이었다. 1892년 그 유명한 동학교도의 ‘삼례집회’ 현장이자 동학농민전쟁 당시 농민군 11만 명이 모였던 2차 봉기의 장소였다. 또한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했다.
이러한 뼈아픈 역사를 딛고 이제 지역재생의 르네상스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곳이 이곳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예술촌 안에서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책박물관. 책박물관이라! 그 이름조차 낯설다. 영월과 서울에 각기 있던 박물관과 서점을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책박물관에 들어서자 왼쪽으로 작은 서점 하나가 보인다. '정직한 서점'. 이름부터 시선을 끈다. 벽면에 붙은 사진들을 보다 자연스레 서점 안으로 발길을 돌렸다.
창고 외벽을 따라 길게 늘어선 서점은 예전에 처마 아래로 난 통로에 만든 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바깥쪽으로 덧댄 문이야 최근에 달았지만 그 외의 것은 창고로 쓰던 예전 그대로다. 녹슨 문빗장하며 빛바랜 옛날 농협 마크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세월의 더께와 페인트칠이 중간 중간 벗겨진 철문에서 오랜 시간을 읽을 수 있었다.
애써 숨기려고도 들추어내려고도 하지 않는 옛 모습에다 책상 두어 개와 의자 몇을 놓고, 벽면을 따라 책장을 두고 책을 진열한 게 전부다. 낡은 옛 흔적들도 이곳에선 서점의 연륜을 보태고 싶은 듯 하나의 콘셉트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책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정직한 서점'은 우리나라 최초의 무인서점이라고 한다. '최초'니 '최고'라는 수식어는 어디서든 내세우길 좋아하는 곳이면 으레 따라붙는 수식어지만 이곳에선 그 말조차도 다정하다.
'정직한 서점'은 소설, 시집, 잡지, 어린이 그림책 등을 판매하는 헌책방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이 있는데, 오래된 책들이 있다는 것도 매력 중의 하나이다.
일행들도 다른 일정을 잊은 채 적당한 책이 없나 한참이나 살피기 시작했다.
왜 서점 이름이 정직한 서점일까? 그 의문은 이 서점의 운영 방식을 보면 금세 풀린다. 서점을 지키는 사람이 없는 무인서점인 데다, 책값은 본인이 내키는 대로 얼마를 내면 된다. 다만, 책 한 권에 2000원 이상만 내면 누구든 책을 살 수 있다.
물론 이곳에 책을 기부하고 싶으면 언제든 환영이다. 일반인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데, 고서․헌책․문방구 등을 가지고 와서 사고파는 재활용 벼룩시장도 이곳에서 열리니 말이다.
단, 구입할 수 있는 책의 수량은 어린이 1권, 어른 5권으로 제한되어 있다. 다량을 구입하고자 하는 이들은 별도로 문의해야 한다.
대형서점처럼 많은 양의 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쯤 들러 헌책방의 향수에 젖어들기에는 충분하다. 이리저리 뒤적이다 보물 같은 책 한 권을 찾아내었을 때의 기쁨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게다가 다양한 문화공간이 이곳 예술촌 곳곳에 있으니 족히 반나절 정도는 즐거움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책박물관 문을 열었다. 약간은 마른 인상의 박대헌 관장이 나왔다. 그의 '한국 북디자인 100년' 강연을 듣고 본격적인 관람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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