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해상 바다백리길, 통영달아공원에서
달아공원은 한때 통영의 명소였다.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산양일주도로를 달리다 문득 다다른 곳, 바다로 툭 튀어나온 곳에 있는 달아공원은 통영의 무수한 섬들을 가장 편리하게 관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다도해의 점 점 점 떠 있는 섬들은 이곳에서 일대 장관을 이룬다. 미륵산에 오르려면 수고로움이 있어야 하지만 이곳은 차에서 내리면 곧장 바다라는 편리함이 있다. 동피랑과 미륵산케이블카가 오늘의 통영을 대표하는 관광지라지만 십수 년 전만 해도 이곳 달아공원이 통영 여행의 종점이자 중심이었다(적어도 외지인에게는 말이다).
바람이 조금 드센 것 외엔 이곳의 풍광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사방을 조망하기 좋은 너른 공터엔 나무데크 전망대와 섬 안내도가 있어 처음 오는 이라도 통영 바다의 생김새를 알 수 있겠다.
달아공원. 이름의 연유가 문득 궁금해진다. 본래 ‘달’이란 말은 높다, 라는 우리 고유의 말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선 그대로 적용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겠다. 다만 안내문에는 이렇게 적고 있었다. 이곳 땅의 생김새가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 하여 그렇게 불렸다고도 하고, 지금은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임진왜란 당시 장군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깃대 끝을 상아로 장식한 호화스런 깃발인 ‘아기牙旗’를 꼽은 전선이 당포에 도달하였다는 역사적 유래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아무렴 어떤가. 미륵산을 등지고 삼면에 펼쳐진 섬들을 하나하나 꼽아본다. 미륵도의 끝자락 언덕배기에 툭 불거져 나온 통영수산과학관에서 조금씩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대매물도, 비진도, 학림도, 오곡도, 소지도, 송도, 국도, 연대도, 저도 연화도, 만지도까지 이르자 바다의 중간쯤이다. 이곳에서 잠시 시선을 멈춘 후, 다시 두미도, 추도, 소장두도, 대장두도, 가마섬, 남해본섬, 곤리도, 사량도, 쑥섬에 이르러서야 시선은 끝이 난다.
작년 11월에는 이곳에서 일몰을 보지 못했지만, 지난 1월 말에 들렀을 때는 느긋하게 해떨어지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었다.
바다백리길이라 했던가. 근래 이곳에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이 생겼다. 이곳 미륵도 달아길이 그 시작인데, 산양읍에서 희망봉을 거쳐 달아전망대까지 14.7km로 5시간 소요되는 거리이다. 이외에도 한산도 역사길(덮을개~망산~진두, 12km, 4시간), 매물도 해풍길(분교~장군봉~대항마을, 5.2km, 3시간), 소매물도 등대길(마을~분교, 등대, 3.5km, 2시간), 비진도 산호길(외항선착장,~선유대~외항해수욕장, 4.8km, 3시간), 연대도 지겟길(연대마을~봉수대~연대해변, 2.3km, 1시간 30분) 등이 있다.
※ 2013년 11월 12일과 2014년 1월 23일 두 차례에 걸쳐 다녀온 여행의 기록입니다. 사진은 미러리스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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