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문득 살고 싶은 곳!
봄이 온다고 해도 봄은 그립다. 그렇다고 해서 추운 겨울을 마다하는 건 아니다. 추운 겨울 역시 만물의 존재에 꼭 필요한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얼어붙는 침묵과 고요의 혹한이 없다면 눈부신 봄의 탄생도 없음을 진즉에 알고 있다.
전국을 돌아다니다보면 ‘아, 이런 곳에서 살고 싶네!’ 하고 생각이 드는 곳이 더러 있다. 풍수지리를 떠나 그저 살고 싶은 곳. 그중에서 봄에 가장 살고 싶은 곳이 있다. 하동 섬진강 기슭, 지금은 터만 남은 곳이다.
그곳은 평사리에서 가깝다. <토지>의 ‘월선이 주막’이 있던 곳이다. 수백 년은 되었을 고목이 초입을 지키고, 섬진강이 차밭 곁을 흐르는 곳. 강의 대숲에는 옛 나루가 숨어 있고, 섬진의 하얀 모래벌판이 끝없이 펼쳐진 곳. 고소산성과 한산사, 형제봉의 능선이 평사리 기름진 들판을 감싸고 있는 곳. 봄이면 어김없이 매화와 도화가 피던 외딴 초가… 문득 그립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외지고 궁벽한 곳은 아니다.
이중환은 『택리지』 <복거총론-산수 편>에서 “살고 있는 곳에 산수가 없으면 사람이 촌스러워진다. 그러나 산수가 좋은 곳은 생리가 박한 곳이 많으니 기름진 땅과 넓은 들에 지세가 아름다운 곳을 가려 집을 짓고 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십리 밖, 혹은 반나절 길쯤 거리에 경치가 아름다운 산수가 있는 곳에 생각날 때마다 그곳에 가서 시름을 풀고, 혹은 유숙한 다음 돌아올 수 있는 곳을 장만해 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송나라 사람 주자는 무이산의 산수를 좋아하여 냇물 굽이와 봉우리 꼭대기마다 글을 지었으니 이를 ‘무이구곡’이라 했다. “봄 동안 저 곳에 가면 붉은 꽃과 푸른 잎이 서로 비치어서, 또한 제대로 나쁘지 않다”고 하였다. 그러나 거기에다 살 집은 두지 않았다.
“군자는 살 만한 마을을 반드시 가려서 택한다.” -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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