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돋보이는 공룡박물관 미끄럼틀
주말 공룡박물관을 다녀왔다. 애초 상주에 갈 예정이었으나 쏟아지는 폭우로 갈 수 없었다. 딸아이가 공룡박물관을 가자고 해서 고성으로 향했다. 박물관을 구경하고 난 후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비가 걱정이 되어 아이와 아내는 차로 돌려보냈다. 혼자 상족암 일대를 산책하다 해변에서 다시 만났다.
“아빠, 미끄럼틀 정말 재밌다.”
“어디 있었는데? 아빠는 못 봤는데.”
“응, 아까 에스컬레이터 탄 곳 있지. 그 옆에 있어.”
“그래 한 번 가보자.”
“우와, 또 타야지.”
아이는 미끄럼틀을 한 번 더 탈수 있다는 말에 껑충껑충 뛰었다.
박물관 입구로 다시 갔더니 아이가 한 곳을 가리켰다. 자세히 보니 제법 길게 이어진 미끄럼틀이었다. 이럴 때는 나도 덩달아 아이가 된다.
“야후. 응. 안 나가잖아.”
“아이 참, 엉덩이로 굴러야지. 아빠는 미끄럼도 못 타냐.”
이런. 엉덩이에 힘을 주고 바닥의 롤러를 굴렀다. 아니나 다를까. 속도가 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엉덩이에 불이 난다. 롤러가 굴러가면서 마찰이 생겨 열이 전달되었다.
“지아야. 엉덩이가 아픈데.”
“치, 나는 하나도 안 아픈데.”
어쩔 수 없어 냅다 굴렀다. 카메라로 속도감을 찍으면서.
미끄럼틀은 불과 몇 달 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공룡박물관으로 오르는 목조데크 길이 있으나 조금은 가팔라서 아이나 노약자를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 내려오는 길은 이처럼 미끄럼틀을 만들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국내 최장이라는 이 미끄럼틀(롤러슬라이드)은 작은 롤러를 연결하여 무동력으로 작동한다. 작은 아이디어가 관람객들에게 편의는 물론 재미도 주고 있다. 그러나 햇살이 뜨거운 날엔 조심해야 한다. 잘 못하면 당신의 엉덩이는 빨갛게 익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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