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만의 행복한 피서지, 석정계곡
이틀 전, 아버지 제사를 모시기 위해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대부분의 형제들이 서울에서 살고 있어 고향 합천까지는 제법 먼 거리입니다. 그럼에도 어린 조카들까지 전원 출석하여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하였습니다.
다음날 더위를 피해 집에서 10분 거리인 인근 계곡을 찾았습니다. 철쭉제로 유명한 황매산입니다. 외지인들은 잘 모르지만 황매산에도 물놀이하기에 좋은 계곡이 숨어 있습니다. 고향사람들만 간혹 찾는 곳이지요.
운치 있는 폐사지로 이름난 영암사지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이곳에는 <석정>이라는 경주 이씨의 오래된 정자가 있습니다.
이곳의 한적함도 앞으로는 없을 듯합니다. 계곡 바로 옆에 연수원과 펜션들이 들어설 모양입니다. 한창 공사 중이었습니다.
더위를 피해 보릿대모자도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휴식 중입니다. 주인을 위해 온몸으로 햇빛을 막은 공로이지요.
지난 태풍으로 계곡물이 제법 불어났습니다. 상류 쪽에는 암반을 타고 내리는 폭포가 장쾌합니다.
잘 생긴 암반을 어루만지는 물줄기가 격정적입니다.
조카들은 물놀이에 푹 빠졌습니다. 일곱 살 난 딸이 여섯 살 조카에게 물을 뿌리려고 합니다.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합니다.
누나한테 물세례를 받은 여섯 살 조카가 울먹입니다. 늘 물장난을 치는 조카아이지만 옷이 젖는 것은 못 견뎌 합니다. 형수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냅니다. 괜스레 미안해집니다.
이번에는 초딩 조카가 모든 아이들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물놀이에 정신을 팔던 딸아이가 결국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착한 언니들이 일으켜 세웁니다. 사촌인데도 친자매 이상으로 챙겨주는 조카들이 늘 고맙습니다.
주문한 토종닭백숙이 왔습니다. 물놀이로 기진맥진한 몸에 에너지를 넣습니다. 식사 중에 찍어 죄송합니다!!!
식사를 한 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계곡에 들어갔습니다. 계곡 위쪽은 제법 깊고 물살이 빨라 튜브 래프팅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저도 튜브 급류타기를 즐겼습니다. 시집갈 나이가 다 된 조카가 한참을 지켜보더니 결국 계곡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풍덩합니다.
제각기 계곡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피서를 즐깁니다.
시계가 오후 네 시를 가리킵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햇살이 약해지자 어떤 분이 계곡 낚시를 즐깁니다.
이웃 동네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씨 아저씨는 그물을 던집니다. 몇 번이나 던졌지만 이날은 신통치 않습니다. 겨우 피라미 몇 마리만 잡았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잠시 들린 두어 가족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우리 가족만이 이 계곡을 독차지하여 피서를 즐겼습니다. 2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자손들이 노는 모습을 보셨다면 무척이나 좋아하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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