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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사라진 풍경, 꽃상여타고 하늘로 돌아가다




사라진 풍경, 꽃상여 타고 하늘로 돌아가다


"북망산이 멀다더니 저 건너 안산이 북망이네" “어허이 어허 어허이 어허 넘차 어허야” 상두수번이 선창을 하자 상여꾼들이 후렴을 붙입니다.


지난주 작은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오랜 병고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10여 일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고모가 그 뒤를 따르더니 작은아버지를 끝으로 아버지세대는 모두 갔습니다. 슬픔은 이루 다 말할 수 없고 가슴 한구석이 아직도 퀭합니다.

아버지가 떠나던 길도 그랬듯이 작은아버지도 꽃상여를 타고 저승길을 떠났습니다. 통곡하는 사촌들을 애써 달래며 그렇게 갔습니다. 저의 고향은 합천입니다. 유교 전통이 강해 아직도 꽃상여로 장지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 ‘학생부군신위’라는 영화를 저희 고향에서 찍기도 했습니다. 저의 고향이 우리나라에서 장례풍습이 가장 온전히 남아 있는 곳 중의 하나여서 영화 촬영지로 선택된 것입니다.


지금도 병원에서 돌아가신 마을사람들은 고향에 돌아와 꽃상여를 타고 먼 길을 떠납니다. 어릴 적만 해도 꽃상여는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그때는 화려한 꽃상여가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어머니 치마 뒤에 숨어서 몰래 흘깃 보곤 했었지요.

상여소리는 집을 떠날 때와 가파른 언덕이나 산비탈을 오를 때, 개울이나 다리를 건널 때 등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이번에 수번(상여꾼의 우두머리, 상두수번)은 아버지의 친구인 동네 어르신이 맡았습니다. 팔순인 어르신은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듭니다. 8명의 상여꾼들은 사촌형의 친구들이 맡았습니다. 요즈음 동네에도 젊은 사람이 없이 상여를 멜 상여꾼들을 구하기가 힘든 편인데 그나마 다행입니다.


고인의 집 앞에서 상여꾼들이 상여를 맵니다. 잠시 상여를 어르는 소리를 내다가 본격적으로 상여소리를 하며 마을을 떠납니다. 고인의 영정과 혼백, 만장들이 상여 앞에 서고 상여 뒤로는 상주들과 백관들이 따릅니다. 망자의 친척과 마을사람들이 그 뒤를 따릅니다.

고개를 돌자 상여꾼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상여를 내려놓습니다. 저승길을 떠나는 망자가 도저히 이승에서 발을 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상주들이 망자를 편히 보내기 위해 저승길에 쓸 노자를 상여꾼에게 바칩니다. 그제야 상여는 다시 움직입니다.

앞에 개울이 나타났습니다. 옆으로는 나무가 우거져 있고 한겨울이여서 징검돌이 미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상여꾼들이 한참 궁리를 하더니 “영차! 영차!” 소리로 힘을 모읍니다. 개울을 건너 경사진 산비탈을 오를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산비탈을 오르기 전에 잠시 상여는 쉬었습니다. 상여꾼들이 소주 한 잔과 뜨끈한 국물로 허기를 채우고 다시 장지로 이동합니다. 그렇게 한 시간여가 흘렀을까요. 작은아버지가 생전에 준비한 가묘에 상여가 도착했습니다.

망자가 쉬는 곳은 좌로는 허굴산, 우로는 모산재, 뒤로는 황매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곳이었습니다. 멀리 의령 자굴산이 보이는 앞이 너른 곳이었습니다. 능히 쉴 만한 곳이었습니다. 하관을 하고 제를 올리고 나자 망자를 보내는 의식이 모두 끝났습니다. 묘 앞에 서니 망자를 잃은 슬픔에 바람마저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지구에 먼 여행을 온 망자는 다시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 위 사진들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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