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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 기행

갈매기도 감탄한 후포-월송정 6번 해안도로

 

 갈매기도 감탄한 후포-월송정 6번 해안도로


  이제는 내 나라 어디를 간들 한적한 길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을 피해 뭇짐승들이 골짜기 깊이 숨어 산지도 오래되었습니다.


 
 동해안을 대표하는 7번 국도도 넘치는 차량과 도로 공사로 이미 예전의 한적함을 잃어버린지 오래되었습니다. 옛 선현들은 동해안을 유람하면서 풍광좋은 곳에 다리쉼을 하면서 '관동팔경'이라 하였지요. 그 여유로움과 풍류는 빠름과 편리를 우선시하는 풍조에 밀려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리. 제법 큰 어항인 후포면 소재지에서 해수욕장을 옆에 끼고 달린다. 1968년부터 가동되었다는 낮은 언덕같은 등기산의 하얀 등대를 바라보며 산모롱이를 돌아섰다.


이제부터 6번 군도로이다. 바닷가에 이렇게 바짝 붙은 해안길은 동해안에서도 몇 군데 밖에 없다. 끝없이 펼쳐진 큰 바다의 광활함과 산기슭을 구불구불 돌아 마침내 바다로 빠져 버리는 해안도로는 시리도록 아름답다.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봄내음을 가득 실은 바닷바람이 살에 감기는 감촉이 좋다. 도로에는 아무도 없다.

 
바다 모래밭을 걷고 싶어 가까이 다가서다 수백 마리의 갈매기떼들이 소리를 내며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바다에서 갈매기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수백 마리의 갈매기가 열을 지어 바다와 뭍의 경계에 있는 장면을 보기는 흔치않은 일이었다.
 

 
6번 군도로를 달리는 내내 모래밭과 암초 위에 떼를 지어 있는 갈매기들을 볼 수 있었다. 파도에 놀라 잠시 솟구치는 갈매기, 바다를 유영하는 갈매기, 하늘을 유유히 나르는 갈매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갈매기들로 바다는 온통 갈매기 투성이었다.


 

 
갯바위에 두 마리의 갈매기가 앉아 있다. 서로 말 없이 한동안을 멍하니 있더니만,
 


갈매기 한 놈이 창공을 향해 날아가 버린다.
 



 
혼자 남은 갈매기는 여행자를 노려보기 시작한다. 소개팅 중이었을까. 서로 말문을 터지 못하고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난데없이 방해꾼이 나타나 파트너가 떠나 버렸으니......






 해안길에서 만난 사람은 미역을 손질하는 아주머니, 바다에 몸을 담근 낚시꾼 몇, 이따금 보이는 한적한 어촌 마을의 주민 몇이 전부였다.


 오가는 차도 손가락 다섯을 넘지 않았다. 바닷가 마을의 횟집과 민박집에 간혹 들리는 차량 뿐이었다.

 
해안길에 듬성듬성 있는 군초소가 인상적이다. 푸른 바닷빛에 초록의 군초소는 제법 잘 어울리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시리다.


 후포항에서 시작된 해안길은 월송정이 있는 월송리에서 끝이 난다. 후포의 드넓은 후포해수욕장과 월송정 울창한 솔숲 앞으로 펼쳐진 4km에 달하는 구산해수욕장도 들릴만하다. 갈매기도 감탄을 하는 6번 군도로는 나만의 해안길을 가고 싶은 이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http://blog.daum.net/jong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