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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 기행

할아버지 혼자 일군 거제도의 마지막 낙원, 공곶이



 

할아버지 혼자 일군 거제도의 마지막 낙원, 공곶이

 공곶이 가는 길에서 본 예구마을

거제도의 동쪽 끝자락에는 한적한 포구인 예구마을이 있다. 최근 들어 생긴 몇몇 펜션이 없었다면 이곳은 여느 포구마을과 같이 이름없는 한적한 어촌이었을 것이다.

 

예구에서 산길로 20여 분을 걸어가면 거제도의 마지막 낙원 공곶이가 있다. 거제 8경중의 한 곳인 공곶이는 땅이 바다로 툭 튀어 나온 곳을 말한다. 거룻배 ‘공’자와 궁둥이 ‘곶’자를 써서 공곶이라 하였다. 땅의 생김새가 궁둥이처럼 툭 튀어나온 모양이라는 뜻이다.

 일만 그루에 달하는 종려나무숲

산길을 따라 언덕 위에 서면 이내 내리막길이다. 따사로이 볕을 쬐고 있는 무덤들이 여유롭다. 이곳에서 비밀의 화원은 시작된다. 붉은 동백이 애잔한 사연을 이야기하듯 피어있는 동백숲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내도 전경, 뒤에 외도가 있다.

제법 가파른 경사를 가진 계단은 모두 333개라고 한다. 이곳에 터를 잡은 강명식 할아버지 혼자서 수십 년 동안 쌓은 계단이라고 한다. 족히 200미터는 될 법한 이 긴 계단을 혼자 놓았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강명식할아버지가 수십 년 동안 혼자 일군 333계단의 동백숲터널

할아버지가 처음 이곳을 밟은 것은 1957년 2월쯤이라고 한다. 할아버지는 처음 이곳을 밟는 순간 이 땅이 살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먹고 살기 위하여 10여 년 동안 갖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밀감나무 2,000주를 심었으나 큰 한파로 모두 얼어 죽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할아버지의 투박한 손은 멈추지 않았다. 피와 땀으로 수십여 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할아버지는 이곳에 낙원을 만들 수 있었다.

 





숲을 이루고 있는 종려나무만 해도 일만 그루, 333계단 좌우로 심은 동백나무숲, 바닷가 몽돌로 쌓은 돌담들은 할아버지가 일군 화원이었다. 동백숲 좌우로는 종려나무숲이 있다. 흔히 야자수로 잘못 알고 있는 종려나무가 이곳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영화 <종려나무숲>을 이곳에서 촬영한 것이다.













 

붉은 봄을 토하는 동백숲을 벗어나면 몽돌로 쌓은 돌담이 정겹다. 몽돌에 이는 파도소리가 가만히 들려온다.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면서 끝없이 펼쳐진 몽돌해변이 나왔다.

 

먼저 가던 아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더니 아예 몽돌을 베개 삼아 누워 버렸다. 하늘이 푸르다며 연신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였다. 멀리 거제하면 쉽게 떠올리는 해금강이 보인다. 내도는 지척에 있어 훌쩍 뛰면 건널 것 같다. 화려함을 자랑하는 외도는 내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내도와 해금강 일대

아이는 돌탑을 쌓기 시작하였다. 여행자는 몽돌에 부딪히는 봄 소리를 하염없이 듣고 있었다. 손을 뻗어 내도를 잡아도 보고 멀리 보이는 서이말등대에도 인사를 건네었다.

 통제구역인 서이말등대가 어렴풋이 보인다

높은 돌담 안에 있는 노부부의 집에는 아무도 없다. 시커먼 개만 정신없이 짖어 댈 뿐이었다. 할아버지가 1969년부터 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일군 공곶이는 봄에는 수선화, 여름에는 물봉선화 등이 철따라 피는 꽃동산이었다.


 

몽돌해안의 파도소리와 고즈넉한 돌담, 아름다운 관상수와 꽃들이 있는 이곳은 분명 거제도의 마지막 낙원이었다. 공곶이는 조선 말기 천주교 박해사건 때 윤봉문(요셉) 형제가 숨어 살면서 복음을 전도했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공곶이는 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에 있다.

노부부가 사는 집은 높은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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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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