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구 기행

바다 밑을 걸어보니 온통 회색빛, 통영해저터널


 

바다 밑을 걸어보니 온통 회색빛, 통영해저터널


덥다. 너무 덥다. 웬만한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여행자도 이날은 육두문자를 내뱉고 싶은 날이었다. 까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뫼르소의 이유 없는 거시기도 수긍이 갈 만한 무더운 날씨였다.

 

이놈의 아스팔트를 걷어내면 어떨까. 저놈의 콘크리트 건물을 무너뜨리면 더위가 한풀 꺾일까. 에라이. 그냥 걷자. 이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타박타박 걷는 게 좋겠다. 비야, 비야, 화악 퍼부어라.

 

터널로 향했다. 집에서 가까운 통영은 번질나게 오는 곳이다. 강이 그리우면 섬진강에 가고, 산이 그리우면 지리산에 가고, 바다가 그리우면 통영으로 간다. 일 년에 수차례 그렇게 산다.

 

터널로 들어서자마자 서늘한 냉기가 열기 사이를 비집고 다가온다. 점점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이내 터널 안이다. 더위마저 어둠에는 어쩔 수 없나 보다. 터널 벽면에는 물기가 가득하다.

 

그냥 걷는다. 회색빛 벽면이 을씨년스럽지만 사람들은 그냥 걷는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도 걷고 서울 말씨를 쓰는 아가씨도 재잘거리며 걷는다. 나도 걷는다. 벽면을 보면 왠지 모를 허탈감이 밀려오지만 이내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 흔한 벽화라도 그려 놓았다면 명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어쭙잖은 생각은 이내 가시었다. 혼자만의 깊은 침잠에 빠졌다. 윙윙 울리는 회색의 소리만이 터널 안을 울렸다.

 

통영해저터널은 1년 4개월에 걸쳐 1932년에 건립한 동양 최초의 바다 밑 터널이다. 길이 483m, 너비 5m, 높이 3.5m 규모이다. 바다 양쪽을 막아 방파제를 설치하고 그 밑을 파서 생긴 공간에 거푸집을 설치하여 콘크리트로 터널을 만든 뒤 다시 방파제를 철거하여 완공했다. 예전에는 통영과 미륵도를 연결하는 주요 연결로였지만 충무교와 통영대교가 개통되면서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양쪽 터널 입구에는 한자로 ‘용문달양龍門達陽’이라는 글씨가 있다. ‘용문을 거쳐 산양山陽에 통하다’라는 뜻이다. 용문은 중국 고사에 나오는 물살이 센 여울목으로 잉어가 여기를 거슬러 오르면 용이 된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산양은 바로 미륵도이다. 요즈음 말로 쉽게 하면 ‘섬과 육지를 잇는 해저도로 입구의 문’ 이라는 뜻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예전의 기록에 의하면 연간 사람이 9만 명, 우마차 1,000대, 자전거 100대, 자동차 1,000대, 가마 1,000거가 이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저터널은 경상남도 통영시 당동, 도천동에서 미륵도 미수2동을 연결한다. 2005년 9월 14일 등록문화재 제201호로 지정되었다.



김천령의 여행이야기에 공감하시면 구독+해 주세요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김천령의 풍경이 있는 한국기행]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