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화의 땅, 제주도

호텔 사진 찍기는 처음이야! 얼마나 멋지길래

 

 

호텔 사진 찍기는 처음이야! 얼마나 멋지길래

 

제주관광협회 초청으로 제주를 다녀왔다. 저녁에 묵은 숙소는 제주 시내에 있는 한 호텔, 협회 관계자는 관광호텔보다 조금 좋은 호텔이라고 했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호텔을 찾아갔다. 동행한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국장은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사진 먼저 찍는다. 생소하다. 혹시 호텔이 처음일까? 허허. 언론사에서 일을 하니 그럴 리는 없을 터, 역시 그는 무엇이든 기록하고 남기는 게 습관이 된 기자였고 블로거였다.

 

 

사실 여행을 하다 보면 호텔을 이용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외국여행은 대개 호텔을 이용했었고, 예전에 직업상 출장을 많이 가게 되어 국내의 유명 호텔에서 투숙을 한 적은 많았었다.

 

 

이 호텔도 처음에는 그냥 그런 호텔 중의 하나였다. 다만 인상적인 것은 작은 공간에 비해 뭔가 특별해 보이는 로비와 리셉션이었다. 얼핏 보기에 화려하지 않은데도 세련된 무엇이 느껴졌다.

 

 

첫날에는 한밤중이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기 때문에 여느 호텔과 비슷한 객실을 가진 호텔의 진가를 몰랐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고 난 후 난생 처음 호텔을 사진에 담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겼다.

 

스탠다드한 객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위해 레스토랑으로 갔다. 조금은 어두운 듯한 레스토랑 실내는 여느 호텔의 그것과 비슷했다. 다만 군데군데 놓인 조명들이 묘하게 실내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었다. 밥을 느리게 먹는 나를 기다리다 호텔을 한 바퀴 돌고 온 김주완 국장이 대뜸 말했다.

 

"이 호텔 예사롭지 않네요. 빛을 소재로 해서 디자인을 했다고 하네요."

 

은은한 조명의 레스토랑

 

그의 이 말이 아니었다면 나는 호텔을 진지하게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것 같아요. 규모와 시설은 그다지 화려하게 보이지 않는데, 왠지 모르게 디자인 같은 것이 세련되어 보이네요."

 

김 국장은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으며 1층에 호텔을 설계한 사람과 디자인한 사람이 기록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1층으로 가보기로 했다. 내려가면서 들른 공간들도 예사롭지 않았다. 하나하나 허투로 남긴 공간은 없었다. 큰 규모의 호텔이 아니어서 작은 자투리 공간을 옹골차게 활용한 것이 도드라졌다.

 

가죽커버의 도서가 꽂힌 서가가 인상적인 와인 바

 

특히 와인 바가 마음에 들었다. 장식을 위해 꽂은 서가의 하드커버 원서들이 한층 격을 높인 이 공간은 주위에 와인을 전시하여 그 깊이를 더했다. 검은 계열의 앤티크한 가구와 하얀 소품을 적절히 배치하여 색의 대비를 조화롭게 부렸다.

 

 

화장실로 가는 통로에는 그림을 두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복도에 재밌는 그림을 두어 공간에 변화를 주었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미술품을 곳곳에 전시해 갤러리를 찾은 듯한 감성을 일으킨다.

 

 

복도에는 각종 소품으로 직선과 평면이 주는 딱딱함과 건조함을 따뜻함과 푸근함이 있는 공간으로 바꾸었다.

 

정갈한 PC실

 

한쪽 구석에 위치한 PC실도 꽤나 정갈했다. 대개의 경우 방치되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 공간임에도 여기서는 산뜻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주위도 역시, 작은 포인트를 주어 변화를 꾀했다.

 

 

1층으로 내려갔다. 조명이 은은했다. 잔뜩 멋을 부리지 않은 소박한 기품이 있었다.

 

호텔은 건축가 승효상, 조명 윤병천, 인테리어 김성용의 합작품이다

 

한쪽 벽면을 보고 나도 모르게 '아, 그러면 그렇지.' 하고 탄성을 질렀다. 'Seung, H-Sang' 이로재 대표인 건축가 승효상이었다. 조명은 윤병천, 인테리어는 김성용. 말 그대로 이 세 사람의 합작품이니 호텔 자체가 예술품이다. 승효상 씨는 사실 우리나라 건축계에서 첫손에 꼽히는 인물 중의 한 명이다. 이 호텔이 뭔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준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되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호텔을 다시 찬찬히 둘러보기로 했다.

 

 

입구부터 다시 들어와 살펴보았다. 전체가 비좁은 호텔에서 입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좁은 진입로임에도 한쪽에 작은 화단을 두고 어두운 공간에 조명을 두어 여유 있는 공간을 연출하였다.

 

조명과 고급스런 가구로 꾸며놓은 로비

 

 

이 호텔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바로 로비와 리셉션이었다. 높은 천장과 은은한 라임스톤으로 마감하여 탁 트인 공간을 만들었다. 벽면과 중앙에 부착된 특이한 모양의 긴 의자가 공간을 재구성하여 중심을 잡고 있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조명과 라임스톤으로 마감한 로비

 

 

다음으로 은은한 조명들이 전체 공간을 아주 럭셔리하게 만든다. 조명은 필립 스탁, 잉고 마우러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조명으로 공간 곳곳을 재창조하였다고 한다.

 

공간의 협소함을 높은 천장으로 극복하였다

 

 

로비는 현란한 장식보다는 차분한 조명과 고급스런 가구로 꾸며놓았는데, 전체적으로 심플한 콘셉트임에도 아주 세련된 느낌을 준다. 답답하게 느낄 수 있는 좁은 공간을 높은 천장으로 극복하였다.

 

 

객실 복도는 조금 평범한 듯....

 

 

호텔 보오메 꾸뜨르(Baume Couture)는 프랑스어로 '철저하고 정확하다'는 뜻의 Baume와 패션디자이너가 만든 맞춤의상이라는 의미의 Couture)를 합친 것이다.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공간보다는 여백의 미美에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고자 했다고 한다.

 

여행자는 스탠다드

 

한마디로 이 건물의 콘셉트는 탁 트인 시야와 높은 천장, 고가의 수입가구, 고급스러운 패브릭과 조명 등을 통해 예술적 가치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외관의 마감을 현무암으로 했다는 것은 제주도의 특성을 잘 살린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제주를 대표하는 현무암으로 마감한 호텔 외관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