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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물다

부석사 안양루의 숨은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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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숨은 부처가 보입니까? 안 보이시는 분은 다음 사진을 보세요.

부석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절집 다섯 안에 든다. 십여 년 전만 해도 호젓한 산사에서 장쾌한 소백산맥을 바라보는 맛이 꽤나 좋았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 풍광은 그대로지만 사람이 붐비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좋은 풍광은 누구나 보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다. 해서 일부러 해질녘에 부석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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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보이십니까? '부석사 현판 위 공포 사이에 여섯 분이 보이지요. 그리고 현판 아래 뒷편에 기둥에 세 분이 가리어지고 나머지 세 분이 보이시지요. 아직도  안 보이시는 분은 불심이 약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허. 자, 다음 사진을 보실까요.

부석사는 그 명성만큼이나 이야깃거리가 많고 다녀간 명사들도 많다. 의상대사와 선묘의 설화, 의상대사의 부석사 창건 이야기, 궁예가 신라 왕의 초상을 내리친 사건,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은 자리에 난 선비화, 이 골담초를 보고 '지팡이에 원래 조계수가 있어/비와 이슬의 은혜는 조금도 입지 않았네'라고 시를 읊은 이황,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 왔던  공민왕이 쓴 무량수전 현판, 부석과 석룡의 이야기 등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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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이시죠. 지금도 안보이시는 분은 조금 서글퍼집니다. 기둥에 가린 한 분을 제외하고는 다섯  부처가 앉아 있는 형상입니다. 부석사 현판 위의 여섯 부처도 보이시죠.

특히 이곳  안양루와 관련된 인물로는 단연 방랑시인 김삿갓을 꼽을 수 있다. 백발이 성성할 때 부석사를 찾은 김삿갓은 세월의 무상함과 안양루에 오른 감회를 읊조린다. '평생에 여가 없어 이름난 곳 못 왔더니/백수가 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구나./중략 ....../우주 간에 내 한 몸이 오리처럼 떠다니네 /백년동안 몇 번이나 이런 경관을 볼까나/세월은 무정하고 나는 이미 늙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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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모습의 진실을 알기 위해 석등 앞 안양루에 가까이 가보겠습니다. 이제 아시겠죠. 처마 서까래 아래 상도리와 중도리 사이에 조각된 공포의 조각들이 빈 공간을 만들어 마치 불상이 앉아 있는 듯한 모습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안양루는 2층 누각으로 지어 누각과 문의 기능을 겸하고 있는 건물이다. 극락의 다른 말인 '안양安養', 문 아래를 지날려면 고개를 숙여야 가능하다. 부처가 계신 무량수전에 오르기 전에 머리를 조아리게 되므로 자연스레 몸과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서서히 드러나는 석등과 무량수전의 모습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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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확연히 아시겠죠. 안양루 공포 사이에는 총 20개의 부처상이 있습니다. 전면 여섯, 후면 다섯, 좌우 각기 네 개씩 입니다. 그중 서까래와 처마의 나무 색깔이 배경이 되어 금빛으로 보이는 후면 여섯 부처가 가장 사실적이지요.

안양루는 밑에서 올려다 보면 높은 석축 위에 있어 허공 위에 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무량수전 앞마당에서 보면 아담한 누각에 불과하다. 안양루를 거쳐야만 극락세계인 무량수전에 다다를 수 있으니 이 누각은 무량수전과 더불어 부석사의 중심영역에 속한다. 이승만이 한문으로 쓴 '부석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무량수전 옆 삼층석탑 다음으로 안양루에서 바라본 소백 연봉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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