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가장 황홀했던 순간, 가거도 구름바다
- 머나먼 뱃길, 국토의 최서남단 가거도여행 ④
신선봉에서 항리마을에 다다랐을 때였다. 갑자기 해무가 걷히기 시작하더니 섬등반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주 잠깐. 항리마을 어느 민박집에서 물 한 잔 얻어먹고 고갯길을 올랐다. 잠시 숨을 고르느라 고개를 돌렸다가 나도 모르게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처음에는 짙은 안개로 아쉬운 여행이 될 거라는 주민들의 말이 못내 서운했었다. 그러나 꾹 참고 길을 나섰더니 이런 행운을 만나게 되었다.
시간은 이미 여섯 시를 넘겼다. 민박집이 있는 대리마을 까지 6km 남짓, 서두르지 않았다. 그냥 구름바다를 천천히 걷기로 했다. 내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구름바다를 언제 또 걸어보겠는가.
대리마을에 도착했을 때에는 저녁 8시가 넘어서였다. 민박집 주인이 놀란 표정으로 뛰어나왔다. 어두워져도 여행자가 나타나지 않자 산에서 길을 잃어버린 줄 알고 방송을 할 참이었다고 했다.
그날 밤 여행자는 깊은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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