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의 섬

이게 통통하고 맛 끝내주는 가거도 열기여!



바쁘다 바빠 가거도. 멸치 대신 어선 가득 불볼락(열기)
- 머나먼 뱃길, 국토의 최서남단 가거도여행 ⑦

상하이의 닭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가거도.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이 걸리는 망망대해의 외로운 섬. 그러다보니 육지에 의존할 수도 없고 변변한 논밭도 없었으니 섬 사람들은 바다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었다. 거친 바다에 나가 멸치와 우럭, 열기를 잡고, 파도 넘실대는 갯바위에 기대어 홍합, 미역, 다시마를 따며 거친 세월을 살아왔다.


가거도에서 돌아오던 날, 부두는 포구로 돌아오는 어선들로 붐볐다. 쾌속선을 타러 부둣가를 걷고 있는데 어선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손을 바삐 놀리고 있었다. 얼핏 보니 붉은 빛을 띠는 고기였다. 불볼락이었다. 한눈에 척하고 불볼락을 안 것은 물고기에 대한 지식이 해박해서가 아니었다. 평소 불볼락을 매우 좋아해 밥상에 종종 올라오기 때문이었다.


전날 민박집 주인에게 밤에 포구로 나가면 어선들을 볼 수 있느냐고 했더니 지금은 멸치 철이 아니어서 밤에는 작업하는 어선들이 없다고 했다. 대신 불볼락이 많이 잡혀 낮에는 어선들이 바쁘다고 했다.


가거도는 멸치잡이로 유명하다. 멸치 잡는 일을 하면서 부른 가거도 멸치잡이 노래는 전남 문화재자료 22호로 지정되었다. 멸치잡이는 음력 6월 중순부터 시작되어 9월 중순까지 계속된다.


배를 타고 포구를 떠나서 멸치를 잡아 싣고 돌아올 때까지 여러 과정에 따라 부르는 노래가 바로 멸치잡이노래이다. 우리나라의 어업노래는 바다에서 일을 하며 부르는 작업노래와 노를 저으면서 부르는 뱃노래가 있는데 가거도 멸치잡이 노래는 두 유형이 다 들어있다.

가거도 멸치잡이 노래비

멸치어장으로 가면서 노를 저을 때 부르는 <놋소리>, 멸치가 발견되었을 때 횃불을 켜들고 멸치를 모는 <멸치 모는 소리>, 바다에다 그물을 넣는 <그물 넣는 소리>, 멸치를 가래로 퍼 올리는 <술비소리>, 그물을 끌어 올리는 <그물 올리는 소리>, 그물을 올리고 귀향하면서 부르는 <빠른 배 젓는 소리>, 배가 가득 차 포구로 돌아올 때 부르는<풍장소리>로 되어 있다.

가거도 멸치잡이 노래 전수관이 들어설 종합처리장

이 멸치잡이 노래를 앞으로는 가거도에서 직접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주민들의 생활 폐기물을 처리할 종합처리장 옥상에 천막 형태의 전수관이 건립되기 때문이다. 공연장에서는 가거도 멸치잡이 노래 기능 보유자 2명을 비롯해 주민 20여 명이 공연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그런 기대를 할 수 없었다. 구성진 멸치잡이소리를 듣는 대신 불볼락을 손질하는 섬 아낙네의 고단한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아따, 사진 찍소. 이왕이면 잘 찍어주더라고. 이거 걷어줄까요?” 하며 무언가를 덮은 덮개를 걷었다. 덮개를 걷으니 그 안에는 층층 쌓인 불볼락 상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온통 붉은 몸통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바쁜 와중에 덮개까지 걷어낸 정성이 고마워서 카메라로 찍었다. “잘 찍어서 가거도 열기 홍보 좀 잘 해주시오. 참 싱싱하고 통통하니 맛도 끝내줍니다. 알것지요. 불볼락.”




몇 걸음 옮겼을까. 어선 한 척이 부두에 닿더니 사람들이 분주해진다. 배에 탄 어부들이 상자 가득 담은 불볼락을 바닷물로 세척하여 건네면 부두에 선 이들이 받아서 차곡차곡 상자 채로 쌓는다. 그 손놀림이 무척 빠르다.



불볼락은 이름처럼 온몸이 붉은 편이다. 남해안에서는 열기로 주로 불린다. <현산어보>에는 ‘적박순어, 맹춘어’로 기록되어 있고 영어로는 ‘goldeye rockfish’라 하니 대개 그 생김새와 서식형태를 알 수 있다.


볼락과는 달리 몸길이가 최대 30cm까지 자라는 불볼락은 수심 80~∼150m의 암초지역의 바다 밑바닥에 주로 서식한다. 특이하게도 알을 낳는 다른 어류와는 달리 암컷과 수컷이 교미하여 암컷의 배 속에서 알을 부화시켜 2∼6월에 몸길이 6mm 정도의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불볼락은 바다 밑바닥에 서식하여 그물이 바닥까지 닿도록 하여 끌어올리거나 미끼를 매달은 낚시를 밑바닥에 드리웠다가 차례로 거두어 올리는 방식으로 잡는다. TV에서 간혹 낚시에 줄줄이 잡혀 올라오는 불볼락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불볼락은 사실 볼락과 마찬가지로 낚시로 잡은 후 숯불을 피워 철망에 소금구이를 해먹으면 제격이다. 회로도 먹어도 좋고 찌개로도 좋다.


가거도는 멸치, 열기뿐만 아니라 각종 수산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거도 앞바다는 3만종에 달하는 수중생물 중 거의 대부분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라고 일컫는다.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물목이라 이처럼 다양한 수중생물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수십 상자에 달하는 불볼락이 금세 뭍으로 옮겨졌다. 문득 뱃고동이 울린다. 이제 가거도를 떠나야 할 때였다. 어부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고 배에 올랐다. 국토의 최서남단 가거도 여행은 이제 끝이 났다. 아니 다시 쾌속선으로 4시간을 넘게 달려야 비로소 여행은 끝이 날 것이다.





김천령의 여행이야기에 공감하시면 구독+해 주세요
▒ 김천령의 지역별 여행지 보기  (http://blog.daum.net/jong5629) ▒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김천령의 풍경이 있는 한국기행]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