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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길

삼림욕과 숲길 트레킹의 진수, 축령산 편백나무숲


 

삼림욕과 숲길 트레킹의 진수, 축령산 편백나무숲

- 우직한 이가 만든 생명의 숲.


 

걷기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을 비롯하여 김천의 모티길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걷기 코스가 지자체를 중심으로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새로이 길을 내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길을 최대한 활용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는 빠른 감이 없지 않지만 걷기 열풍이 지나치면 처음 의도와는 달리 왜곡될 가능성은 앞으로 얼마든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뭐든지 지나치면 화를 초래하는 법이다.

 

 

전라남도 장성군에 걷기 좋은 숲길이 있다. 축령산 편백나무 숲이 그것이다. 활엽수에 비해 침엽수가 피톤치드 발생량이 많다. 침엽수 중에서도 월등하게 많은 양의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이 바로 축령산 편백나무 숲이다. 폐나 기관지가 좋지 않은 사람이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도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폐나 기관지 질환자, 암환자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축령산은 해발 621m의 산으로 전라남북도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 편백나무 숲이 조성된 데는 한 우직한 이의 피땀 어린 노고와 열정이 있어 가능하였다. 그는 춘원 임종국 선생이다. 춘원은 1956년부터 1976년까지 20여 년에 걸쳐 극심한 가난과 온갖 어려움을 감수하며 이 일대 596ha의 임야에 253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 오늘날의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내었다.



 

1968년과 1969년, 2년여에 걸친 심한 가뭄으로 나무들이 말라죽게 되자 온 가족이 물지게를 지고 가파른 산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물을 주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그의 우직한 행동에 감동을 받은 마을주민들이 합심하여 물주기를 해서 이 일대의 나무들을 살렸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숲의 소유권이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갔고 숲을 재산의 가치로만 여기던 새 소유주들에 의해 숲이 변해가자 춘원의 고귀한 취지를 살리고자 산림청에서 2002년 매입하여 현재까지 관리하고 있다.



 

여행자는 금곡영화마을에서 축령산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행이라기보다는 가벼운 트레킹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숲길 가운데로 나 있는 임도는 들머리만 약간 가파를 뿐 나머지는 거의 평지나 다름없었다. 지난 9월 17일부터 탐방객의 보행 안전과 편백나무 숲을 보호하기 위하여 차량 통행마저 금지하고 있어 걷기에 더욱 좋은 길이 되었다. 숲에 들어서면 가지런히 자란 빽빽한 침엽수림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중간 중간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장소도 있지만 굳이 숲에 들어갈 이유는 없다. 길을 따라 걷기만하여도 숲의 청량함을 무한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가 택한 길은 금곡영화마을에서 임종국 선생 기념비까지 왕복으로 다녀오는 길이었다. 왕복 8km 남짓한 거리였지만 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걷기에 좋은 길이다. 겨우 걸음마를 뗀 아이부터 칠순을 넘긴 노인들까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무한정 걷고 있었다. 최근 이곳도 입소문으로 점점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은 찾는 이가 그렇게 많지 않아 가족이나 친구, 연인끼리 호젓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코스는 크게 세 가지이지만 체력이나 시간에 따라 적절하게 안배를 하면 된다. 많이 걷고 싶은 이는 아예 고창 문수사 입구 마을에서 길을 잡아 금곡영화마을을 거쳐 숲을 가로지르는 느긋한 트레킹을 해도 좋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