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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구름과 바람이 감춘 암자, 백운산 ‘상연대’


 

구름과 바람이 감춘 암자, 백운산 ‘상연대’

- 장엄한 지리능선 조망대 ‘상연대‘




 

 상연대 가는 길은 깔딱 깔딱 숨이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대방마을 백운산가든에서 왼쪽 산길로 접어들면 상연대가는 길이다. 차 한대 겨우 지날 정도의 위태위태한 좁은 산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마주 오는 차라도 있으면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으리라.



 

상연대 가는 길에 있는 묵계암에 차를 세웠다. 더 이상 차로 암자를 오르는 건 무리였다. 차는 이미 그렁그렁 눈물을 쏟으며 가늘게 신음소리를 뱉기 시작하였다. 사륜구동이라면 어떻게 해볼 도리라도 있겠지만 평범한 승용차는 벌써 탈진 상태였다.


상연대에 서면 멀리 천황봉과 지리산 능선이 보인다.
 

 걸었다. 걷고 있는 데도 허리가 자연 앞으로 숙여진다. 경사가 심해 허리를 바로 세우고 걷는 것은 애초 불가능하다. 거친 숨을 토해내고 비지땀을 흘리고 나서야 상연대에 도착하였다.





 

山自無心碧  산은 무심히 푸르고

雲自無心白  구름은 무심히 희구나

其中一上人  그 가운데 스님 한 사람

亦是無心客  또한 무심한 나그네로세

           ----서산대사 題一禪庵壁



 

 산을 오른 힘겨움은 시 한 수에 절로 잊혀 진다. 절로 푸른 산과 무심히 흰 구름에 암자는 숨어 있다. 여기가 상연대라고 적혀 있으나 암자는 보이지 않는다. 높은 벼랑 위 해우소 건물만 기웃거릴 뿐 암자는 쉬이 몸을 드러내지 않았다.


 

 

 돌층계를 올라 암자 마당에 들어섰다. 고요하다. 인적 없는 암자에서 숨을 고르는데, 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들어와서 차 한 잔 하시지요.” 방안에서 보살님이 여행자를 불렀다. “ 시원한 물이 없을까요?” 담 아래 석간수가 나온다며 안내를 해준다. 지금 여행자에게는 한 바가지의 찬물이 무엇보다 간절하였다.




암자로 가는 옛 산길
 

 법사님이 나무 그늘로 불러들이더니 식사를 안하였으니 과일이라도 먹으라며 참외, 토마토, 귤 등을 한 소쿠리 내놓았다. 산중의 인심이 후하다. 갈증과 허기로 귤 하나를 게눈 감추 듯 먹어 치웠다.



 

 멀리 천왕봉이 구름에 가려 보였다 사라졌다 하기를 반복하였다. 오늘 새벽에 운무가 좋았다고 스님이 말한다. 주지스님인 법준스님은 해인사에 출타중이고 상좌스님과 법사님, 보살님 세 분이 깊은 산중의 암자에서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었다.




 

  금대암이 지리능선을 조망하는 제일 전망이라면 이곳 상연대도 그에 버금가는 지리조망대이다. 겹겹이 펼쳐지는 장엄한 능선은 이곳 암자를 겹겹 산중에 숨겨 놓았다.


이 깊은 산중 암자에도 문명은 들어온다.
 

  상연대는 지리산의 동북쪽에 있는 백운산의 가슴께에 있다. 해발로 치면 800미터가 넘는 고지에 자리하고 있다. 상연대는 해인사의 말사로 신라말 경애왕 1년인 924년에 고운 최치원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하여 관음기도를 하던 중에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상연上蓮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기도 중에 소원을 이루어주는 보살인 관세음보살이 연꽃을 타고 나타났다니 최치원의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다는 말인가.

 



 

  상연대는 구산선문의 하나인 실상선문이 쇠퇴하자 이곳에 옮겨와 선문의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 후 큰 스님들이 이곳에서 수도 정진해왔으며 한국전쟁 때 불탔다가 1953년경에 다시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암자가 벼랑 위에 있어 리프트를 이용하여 짐을 옮긴다.

 

☞ 여행팁 상연대는 경남 함양군 백전면 백운리에 있다. 88고속도로에서 함양 나들목을 나와 백전면 소재지를 지나면 백운리 대방마을이 나온다. 대방마을 백운산 가든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어 2.4km 정도 가면 된다. 승용차로 암자까지 갈 수 있으나 길이 가팔라 사륜구동이 아니라면 묵계암에 차를 세워두고 10여분 걸어가는 게 좋을 듯하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