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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바다 전망 좋은 남해 암자 추천 5곳



바다 전망 좋은 남해 암자 추천 5곳

 

일출 일몰이 아름다운 창해의 암자 - 여수 금오산 영구암(향일암)

 아름다운 포구인 임포마을 해안 길을 걸어가면 영구암에 이른다. 지금은 향일암으로 더 많이 부르지만 원래는 영구암이었다. 영구암으로 불린 연유는 암자가 들어선 자리의 지형에서 비롯되었다. 절에서 금오산에 이르는 이 일대의 바위들에는 거북이 등의 줄무늬가 즐비하다. 암자가 들어선 자리는 거북이 등이고 암자 뒤의 바위들은 책 무더기에 해당하고 임포마을 쪽은 거북이 머리처럼 보인다. 이 형세는 거북이가 불경을 등에 지고 바다로 헤엄쳐 들어가는 것 같은 모습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바라보자'라는 뜻의 향일암이라 강제로 부르게 하여 널리 쓰였다고 한다. 또는 망망대해의 바다 위에 떠오르는 해돋이가 장관이라 그렇게 불렸다고도 한다. 아무래도 영구암이라고 다시 부르는 게 지형상이나 역사적으로도 올바른 것이 아닌가 싶다.


 
 암자로 가는 석문

 영구암 앞은 섬이 많은 남해에서 쉬이 볼 수 없는 망망대해이다. 막힘없이 끝없이 펼쳐진 깊은 바다를 응시하고 있노라면 무념무상의 경지에 절로 이르게 된다. 수도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영구암은 일출뿐만 아니라 일몰 또한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다.
 

 돌 속에 묻힌 사랑 - 남해 금산 보리암

 '一點仙島(신선의 섬)'라 불리는 남해섬 벼랑 끝에 한 떨기 연꽃처럼 피어난 보리암이 있다. 석가세존이 돌배를 타고 쌍홍문을 지나 세존 바위를 뚫고 갔다는 전설이 있는 보리암은 해발 701미터인 금산 봉우리 바로 아래에 있다. 금산은 원래 보광산이라고 했는데 금산으로 산 이름이 바뀐 데는 이성계와 관련이 있다. 큰 뜻을 품은 이성계가 백두산과 지리산에 들어갔으나 산신이 받아 주지를 않았다. 마지막으로 남해 보광산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나서야 조선 왕조를 개창할 수 있었다. 이성계는 그 은혜를 보광산에 보답하고자 산 전체를 비단으로 감싸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대신 산 이름을 비단 산으로 지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한 신하의 제안을 받아들여 금산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보리암과 쌍홍문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 이성복의 '남해 금산'


  문수암에서 본 보현암과 남해 바다

   쪽빛 다도해의 빼어난 전망대 - 고성 무이산 문수암

 의상대사가 남해 보리암으로 가던 중 날이 저물어 고성 땅 무이산 아래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다. 그날 밤 꿈에 한 노승이 금산에 가지 말고 걸인을 따라가라는 부탁을 하였다. 다음날 아침 의상은 노승의 부탁을 들어 두 걸인과 같이 공양을 하고 걸인들을 따라 가니 지금의 암자터였다. 의상대사가 경치가 좋아 사방을 둘러 보고 있을 때 걸인 중 한명이 문수보살로 바뀌면서 "의상아!" 하고 부르더니 그 걸인은 홀연히 바위 속으로 사라졌다. 바위에 문수보살의 모습이 나타나 의상은 그 석벽 아래에 문수단을 조성하고 암자를 지었다고 한다. 노승은 의상을 돕기 위해 꿈속에 나타난 관세음보살이었고, 그 걸인들은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었던 것이다. 문수전 뒤의 석벽을 자세히 보면 문수보살의 형상이 보인다고 한다. 여행자도 그냥 스쳐 지나가다 보살님의 설명을 듣고 다시 석벽을 보러 가야 했다. 간절함이 부족해서인지 여행자의 눈에는 쉬이 보이지 않았다.


 

 외딴 전각에서 바라보는 다도해는 일품이다. 사량도, 욕지도, 연화도......남해 바다의 섬이란 섬은 이곳 문수암 앞마당에 다 모아 놓았다. 무이산의 수직병풍들이 암자를 둘러싸고 다도해의 점점 섬들이 암자의 앞마당을 이루고 있다. 무이산 정상에 오르면 남해안의 전망을 한 눈에 시원스레 볼 수 있다. 무이산(武夷山)이라는 이름도 신라시대 화랑들이 경치 좋은 이곳에서 무예를 닦았다고 하여 붙여졌다. 산기슭마을 이름도 무도하는 모양이 신선 같다고 하여 무선리라 불린다.


 

   땅끝에서 만난 하늘끝 암자 - 해남 달마산 도솔암

 도솔암은 달마산 도솔봉에 있다. 송지면 소재지를 지나 미황사 가는 길로 접어들어 1km 정도 달리면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미황사 가는 길을 버리고 우회전하면 마봉리이다. 마봉리에서 시멘트 길을 따라 도솔봉 중계소 탑을 보며 산길을 달리면 그 끝에 도솔암 간이 주차장이 있다. 여기에서 800m 정도 오붓한 산길을 걸어가면 도솔암에 이른다. 도솔암은 통일신라시대 말 당대의 고승 화엄조사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의상대사가 선택한 곳은 언제나 전망이 장쾌한 곳이다. 또한 의조화상이 미황사를 창건하기 전에 도솔암에서 수행 정진하였다고 한다.


  도솔암가는 길은 달마산의 수려한 봉우리와 완도 등 다도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짧지만 아름다운 산행길이다.

 이후 암자는 터만 남고 여러 차례에 걸쳐 암자를 복원하고자 하였으나 여의치 않다가 2002년에 오대산 월정사에 있던 법조스님이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이곳 도솔암터가 연속 3일간 꿈에 나타나 복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도솔암의 앉은 자리도 예사롭지 않지만 주변의 경관과 법당이 들어선 자리가 너무나 절묘하다. 하늘 끝에 공중 정원처럼 매달린 암자를 보고 있노라면 경외심마저 든다. 산꼭대기에 있으니 일출과 일몰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천혜의 공간이다.

 
망운산 정상에서 본 망운암과 남해읍

  바다와 섬, 구름 속 암자 - 남해 망운산 망운암

 화방사의 부속암자로 고려시대 진각국사가 창건한 암자이다. 아침에 남해바다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볼 수 있다. 망운암이 있는 망운산은 해발 768미터로 남해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금산의 유명세에 가려 외지인들에게는 덜 알려져 있지만 남해군민들은 이 산을 더 자주 찾는다고 한다. 봄이면 철쭉으로 바다 위의 산이 온통 붉은 화원이 된다. 남해에 비가 오지 않으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낸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으면 상주 앞바다 세존도에서 기우제를 지낸다.


 

 망운산 정상에 서면 사면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어디를 봐도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경치가 일품이다. 멀리 지리산에서 여천공단, 여수, 삼천포, 강진만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 사이로 해가 지는 모습은 황홀하다. 붉은 석양이 지면 전라도와 경상도의 땅이 바다 멀리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망운산의 일몰
 

☞여행팁 이 다섯 암자의 공통점은 바다 전망이 빼어나고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다. 장쾌한 바다 전망을 원하는 이는 향일암을, 바다와 더불어 문학기행을 하고 싶은 이는 보리암을, 다도해의 빼어난 장관을 보고 싶은 이는 문수암을, 혼자 가만히 일몰을 보고 싶은 이는 망운암을, 달마산의 수려한 준봉을 끼고 가벼운 산행을 즐기고 싶은 이는 도솔암을 찾으면 된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