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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산중 암자에도 봄이 왔다네. 만일암

 

산중 암자에도 봄이 왔다네. 봉산 만일암.
- 만 개의 햇살, 햇빛 넘치는 암자

 

주암호 호반길을 달리다 보면 어느덧 계곡 깊은 산이 나온다.
천봉산 대원사로 가는 길은 5km에 달하는 긴 벚꽃길이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대원사 절마당 끝에 짙은 대나무 숲이 있다.
양지바른 곳에 더없이 넓은 대밭은 봄날 햇살에 푸른 몸을 번득거린다.

 

대숲 앞 황희선생 영각 옆으로 난 대숲길을 오르면 만일암이다.
대개의 암자가 절집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반면
만일암은 대원사의 후원처럼 절집 뒤에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다. 

만일암萬日庵.
만 개의 햇살이 비추어
암자에는 봄빛이 가득하다.
 

 햇빛 넘치는 산중 암자에도 어김없이 봄은 왔나 보다.
대숲에 둘러싸인 암자 뜰,
 매화 한 그루가 봄향기를 내뱉는다.

햇빛, 봄, 매화, 대나무, 이따금 바람
인기척 하나 없는 암자에 나른한 봄의 적막감만 맴돌 뿐이다.
 

 나무로 지붕을 이은 암자에는 스님도 안계신다.
대원사의 재가불자들이 수행을 위해 지은 만일암은 스님 한 분이 있다고 들었으나
오늘은 여행자 홀로 주인없는 암자에서 봄볕을 쬐일 뿐이다.
 

누구에게 얽매임없이, 무언가에 집착함없이
혼자 이렇게 봄 햇살을 길게 받아 본 적이 있었던가.

만 개의 햇살이 비추는 암자,
봄볕이 따사로운 암자,
이곳에는 깊은 적막만 있었다.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http://blog.daum.net/jong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