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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도선국사가 칠일동안 춤춘 명당'수도암'




도선국사가 칠일동안 춤춘 명당 '수도암'

수도암 가는 숲길
 

 수도암은 길의 끝이다. 암자가 수도산(1,317m)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있어 더 이상 오를 길이 없다. 덕유산과 가야산을 양쪽 날개삼은 곳에 자리한 암자로 가는 길은 짙은 숲이 우거진 아늑한 길이다. 암자는 높으면서도 가파르지 않고 깊으면서도 답답하지 않다. 


관음전
 

 암자에는 사시사철 샘이 마르지 않는다. 암자가 서고 사라지는 것은 전적으로 샘에 의존한다. 제 아무리 높은 곳에 있다고 하여도 물이 마르지 않으면 수행승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 들어 암자는 번성하게 된다.



 

 수도암은 신라 헌안왕 3년인 859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풍수와 선을 한 맥락으로 보았던 도선은 이 암자 터를 발견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여 칠일 동안 춤을 추었다고 한다. 수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터가 없다 하여 산 이름을 수도산이라 하고 암자를 수도암으로 이름 지었다.


텃밭과 해우소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암에 오르니 산 아래의 기온보다 5도나 낮았다. 서늘한 바람이 여름임을 잊게 만들고 산의 봉우리에 있으면서도 그 터가 넓어 산중임을 잊게 하였다.


나한전

나한전의 꽃문살
 

 앞으로는 가야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봉우리마다 흰 구름이 뭉실뭉실 피어오르니 도가 아니더라도 절로 흥이 난다. 암자의 전각과 그 배치는 다소 휑한 느낌이지만 그 터는 가히 명당임에 틀림없다.


대적광전

 
대적광전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307호)
 

 암자를 멀리 가로지르는 한줄기 능선은 수도암의 자랑이다. 새벽에라도 암자를 오르면 아침 안개가 걷히며 가야산에서 솟아오르는 붉은 해의 장관이 일품이라고 한다.



 

 수도암은 도선국사가 쌍계사의 소속 암자로 창건한 이래 1894년 농민군에 의해 전소되었다가 1900년에 포응화상이 중수하고 1969년 이후 법전화상이 선원 등을 개설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전각은 대적광전, 약광전, 나한전, 관음전, 선원 등이 있다.



 

 수도암의 특이한 점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세 부처가 시대별로 모셔져 있다는 데 있다. 대적광전의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307호)은 통일신라시대, 약광전의 석불좌상(보물 제296호)은 고려시대, 나한전의 나한상들은 조선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도암 절마당에 서면 가야산 자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처럼 세 시대의 불상이 한 사찰에 있는 경우는 드문 경우이다. 석불의 변천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니 이것만 보아도 수도암에 오른 보람은 충분하다.




 

 대적광전의 본존불로 모신 비로자나불좌상은 한 눈에 보아도 위풍당당하다. 풍만한 얼굴에는 위엄이 서려 있고 가늘고 긴 눈과 굳게 다문 입술, 당당한 어깨에는 근엄함이 풍긴다. 통일신라시대의 기세등등함이 그대로 드러난 석불이다.


약광전

약광전의 석불좌상(보물 제296호)
 

 약광전의 석불좌상은 병을 고치는 약사여래이다. 머리에는 관을 쓰고 있고 전체적으로 단정하면서도 경직된 느낌을 준다.  10세기경의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한전의 나한상들은 무학대사의 권유로 이성계가 지시를 하여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왕조를 건설한 이성계의 신념이 잘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다.


  돌기둥과 석등

 이외에도 대적광전과 약광전 앞에는 삼층석탑(보물 제297호) 두 기가 떨어져 있다. 원래 한 쌍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두 탑 사이로는 석등이 하나 있고 ‘창주도선국사’ 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 돌기둥이 있다.



 

 수도암은 산중 깊은 곳임에도 터가 넓고 물이 많다. 이러한 길지로 인해 오늘날도 많은 이들이 암자를 찾는다. 암자가 주는 경외는 쉬이 드러나지 않지만 누구나 한번쯤 머물고 싶은 곳이다.



 

☞ 여행팁 수도암은 경상북도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에 있다. 청암사에서 산길로 한 시간을 걸어갈 수도 있고 차로 곧장 암자까지 갈 수 있다. 수도암 가는 길은 무흘구곡의 만월담, 와룡암, 용추폭포 등 계곡의 절경을 따라 가는 아름다운 길이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