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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물다

옥같이 맑은 물이 샘솟는 '옥천사'



옥같이 맑은 물이 샘솟는 '경남 고성 옥천사'


산사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이따금 계곡을 후려치는 바람도 드세다.
누가 쌓았는지 돌탑만 바람을 견딜 뿐이다.


나무에 푸른 빛이 들동 말동 한데,
이끼같이 푸른 풀이 신기하게도 나무 위에서 자란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이라 나무의 가지에도 풀이나 이끼가 자랄만큼
충분한 수분을 머금고 있었나 보다.
인정은 또다른 인정을 만들어낸다.



절로 곧장 가는 포장길이 있지만 천왕문을 거쳐 에둘러 가는 길로 접어 들었다.
짧지만 지극히 정겨운 이길은
배롱나무가 길손에게 손을 내밀더니 듬직한 측백나무가 절마당으로 안내를 한다.

옥천사 자방루 거대한 성채같이 웅장한 건물이다

매화꽃 한 송이,
겨우 고개를 내밀다.
산사에도 기어이 봄은......

성채같이 거대한 자방루가 절바깥을 둘러 싸고 있다.
이런 건물 유형은 큰 뜰을 갖춘 절에서 종종 볼 수 있지만
이처럼 큰 성채를 방불케하는 것은 보기 드물다.
아마도 임진왜란 직후 경남의 대표적 호국사찰이었던 옥천사에서
자방루는 군사용 화합장소가 아니었던가 조심스레 추정하고 있다.
건물 앞의 운동장 같이 넓은 절마당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자방루 옆 돌담도 특이하여 한참을 보았다.
담 아래로는 막돌을 쌓고 그 위에 다진 흙과 기와로 층을 이루어 쌓아 올렸다.
절집에서 가끔 보는 담장이지만 정연하게 열지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방루 옆 문으로 들어서면 대웅전이다.
대웅전은 자방루의 호방함과 다른 갑갑함을 준다.
자방루에 무인의 용맹스러움이 비친다면 대웅전 주위는 은밀한 밀실 같다.
대웅전은 주변 건물보다 훨씬 작지만 높은 석축 위에 건물을 조성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올려보게 하는 당당한 권위는 나타나고 있다.


옥천각 지금도 맑은 물이 샘솟는다. 1987년 '한국의 명수'로 선정되었다.

옥천사玉泉寺. 이름처럼  절 안에 옥같이 맑은 물이 샘솟는다.
대웅전 옆에 옥천샘이 있는데,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옥천샘은 매일 일정량의 공양미를 흘려 주었는데, 한 스님이 더 많은 공양미를 얻을 욕심에
샘을 헐었더니 공양미는커녕 물까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후에 다른 스님이 지성을 드리자 다시 샘물이 솟고
연꽃 한 송이가 피어 올라 만병에 신통한 약물이 되었다고 한다.


대웅전 좌우와 뒤쪽이 옥천사 답사의 별미가 아닌가 싶다.
팔상전, 명부전, 나한전, 산신각, 독성각, 조사당, 칠성각, 취향전 등
작은 전각들이 연이어 오밀조밀하게 열을 지어 서 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칠성, 산신, 독성 등 세 성인을 봉안하는 삼성각은 여느 사찰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이곳 옥천사처럼 세 성인을 따로 봉안하여 칠성각, 산신(령)각, 독성각 등으로
 독립되어 있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대웅전 옆에 있는 옥천각은 옥천사를 터잡게 한 옥샘을 보호하기 위한 전각이다.
지금도 맑은 물이 샘솟는 옥샘은 1987년 '한국의 명수'로 선정되었다.


옥천사는 신라 문무왕 16년인 676년에 의상대사가 지었다고 한다.
의상대사가 화엄학을 널리 펴기 위하여 전국에 창건했다는 화엄 10찰 중의 하나라고 전해올만큼
옥천사는 유서깊은 사찰이다.
옥천사가 있는 고성땅 제일의 명소인 연화산 도립공원은 연화저수지로 흘러가는 계곡물과
노송, 청정한 숲이 있어 호젓하게 산보하기에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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