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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땅, 제주도

제주 동부해안도로의 백미-세화종달해안도로

제주 동부해안도로의 백미-세화종달해안도로
-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손에 잡힐 듯한 해안길


딱히 정해진 곳은 없고 무작정 달리고 싶을 때 해안도로가 제일이다.
옥빛 바다와 터질 듯한 억새숲의 가을길이 제주 특유의 돌각담 사이로 보인다.

세화해수욕장 멀리 행원풍력발전소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제주도 남쪽 바다가 해안절벽이 만드는 비경이라면 서쪽 바다는 오름과 평지가 빚어내는 아름다움이 있다. 동부해안도로의 대표작인 이 해안도로는 구좌읍 행원리의 이국적인 풍력발전소, 쪽빛 바다와 하얀 모래가 인상적인 세화해수욕장, 문주란 자생지로 유명한 '토끼섬'이라고도 불리는 난도, 바다 바로 옆에 있는 호수 하도리 철새 도래지, 지척에 보이는 우도, 바다 위에 불쑥 솟은 성산일출봉, 잡힐 듯 안잡힐 듯 펼쳐지는 오름들로 인해 잠시라도 눈을 뗼 수 없는 아름다운 길이다.


제주시에서 왼편으로 바다를 끼고 쭉 달리다 보면 어느덧 구좌(세화)이다. 여기서 해안도로 표지판을 따라가면 어촌 마을이 있다. 길을 잘못 들었나 싶지만 바다에 면한 좁은 마을길을 돌아가면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행원리 풍력발전소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풍력발전소는 서쪽의 용당 풍력발전소와 더불어 이국적인 제주 풍경을 연출한다. 바다 위로 솟은 풍차가 다음으로 안내하는 곳은 세화해수욕장이다.

종달리 서낭당과 우도 전경

검붉은 화산석이 해안에 널브러져 있고 바다 끝으로 하얀 모래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는 하얀 등대가 아니라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푸르다. 멀리 들려오는 잔잔한 파도소리에 백사장 위를 하염없이 걸어 본다.

문주란 자생지로 알려진 난도(문주란섬, 토끼섬)

구불구불 바다로 이어진 해안길은 문주란 섬으로 알려진 난도에서 잠시 멈춘다. 섬의 모습이 토끼 같다고 하여 '토끼섬'이라고도 부르는 난도는 향기와 자태가 빼어난 문주란 자생지이다. 더운 지방의 해안 모래땅에 자라던 문주란의 씨앗이 바닷물에 밀려 언젠가 난도에 정착하게 되었다. 해마다 7월 말 8월 초면 섬 전체가 온통 하얗다. 하도리 굴동포구에는 문주란섬에 들어갈 수 있는 배가 있는 데, 요금이 3만원이다. 비싼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이 빠지면 걸어들어갈 수 있다고 하나, 사실 허리 위까지 물이 차기 때문에 걸어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안도로에서 본 우도 전경

하도리 해안가에는 낮게 쌓은 돌담을 흔히 볼 수 있다. 돌로 그물을 만들어 고기를 잡기 위해서다. 해안가에 돌담을 쌓아 놓으면 밀물 따라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이 되어 이 돌담에 갇혀 빠져 나가지 못하게 된다. 남해의 석방렴이나 죽방렴과 비슷한 옛 고기잡이 방법 중의 하나이다.

문주란섬을 돌아 나오면 다시 자그마한 해수욕장이 하나 있다. 이 해수욕장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접어들자마자 제법 큰 호수가 보인다. 듬성듬성 피어 있는 갈대와 멀리 오름들이 펼쳐진 이곳은 하도리 철새도래지이다. 제주도에 이런 잔잔한 호수가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하도리 철새도래지

말 두 마리가 정겹게 풀을 뜯고 있다. 아직 계절이 일러 철새들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들릴 듯 말 듯한 파도 소리가 호수의 물결따라 밀려온다. 나른한 오후, 갈대 하나 꺽어 물고 호수를 멍하니 바라보면 아득한 세상에 나 혼자 있는 줄 착각이 든다.


끝난 줄 알았던 해안도로는 이곳에서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바닷길로 이어진다. 우도 섬 전체가 보이는 곳이 종달리서낭당에서 다시 다리쉼을 한다. 멀리 우도의 비경이 아스라이 보이는 언덕에는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검은 바위에 울긋불긋한 금줄을 두른 서낭당은 뱃길의 안녕과 풍어를 빌었으리라.


갯바람에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은 예사롭지만 오징어 사이로 보이는 짙은 코발트색 바다와 우도, 검은 화산석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풍경이다.


우도에만 정신이 팔려 걷다 보면 어느새 바다 위로 불쑥 솟은 성산일출봉이 뜬끔없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보는 성산일출봉은 우도와 반대편의 신양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또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갯바위 너머 바다 위에 떠 있는 일출봉은 잡을 수 없는 아련함이 느껴진다.

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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