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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땅, 제주도

올레와 바다, 오름에서 본 제주 해안 비경



올레와 바다, 오름에서 본 제주 해안 비경
- 제주 여행 10년의 기록, 남부 해안

제주를 처음 여행한 지가 10년을 훌쩍 넘겼다. 10여 차례 이상을 다녀왔건만 아직도 제주도는 그립고 속살이라도 만지고 싶은 곳이다. 여행자는 제주하면 무조건 오름이 최고라고 주장하지만 해안 경승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이다. 지난 10년 동안의 제주 남부 해안 여행을 정리해 보았다.

멀리 우도 우두봉(왼쪽)과 성산일출봉(오른쪽)이 보인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는 난생 요트라는 걸 타보았다. 마라도나 우도, 추자도를 갈 때 배를 이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가난한 여행자에게 이번 요트 체험은 아주 호화스러운 여행임에는 틀림없었다. 중문단지 내의 퍼시픽랜드에서 요트를 타고 제주의 푸른 바다로 나갔다.

우도에서 본 성산일출봉

바다는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지만 겨울임에도 바람은 상쾌하였다. 황홀한 일출을 기대하였지만 구름으로 인해 볼 수 없었다. 요트 이곳 저곳을 살펴보고 뱃머리에 나른한 몸을 기대었다. 한 삼십여 분 쯤 흘렀을까. 해가 떠오른다는 누군가의 말에 서둘러 바다로 눈을 돌렸다.

멀리 산방산(왼쪽 봉우리)과 박수물(박수기정)이 보인다.

해는 아주 잠깐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었다. 어둠이 가시자 제주의 해안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대포동(지삿개) 주상절리였다. 육지에서 보면 거대한 기둥들의 장관이 펼쳐지는 이곳을 바다에서 바라보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거대한 해안절벽에 솟은 기둥들이 마치 어느 신전의 기둥처럼 웅장한 모습으로 바다에서 하늘로 솟아 있었다.

올레길에서 본 박수기정

 문득 지난 제주 올레를 걸었던 기억이 났다. 올레와 육지에서 보는 제주 해안의 모습은 어떻게 다를까. 당시 올레길은 예례동을 지나 박수물에서 시작하였다. 예례동은 바다에 우뚝 솟은 섬(범섬)을 보니 범의 형상이어서 마을에 화를 가져올 것이라 여겨 예래 마을 뒤쪽의 오름인 군산을 사자獅子로  칭하여 범과 대항할 사자가 온다는 의미로 예래猊來라 하였다고 한다. 예래동은 물이 귀한 제주도에서 용천수가 풍부하여 논농사를 하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거슨물, 대왕수(큰이물), 소왕수, 조명물, 남바치, 차귀물, 돔벵이물, 논짓물 등 용천수가 해안 곳곳에 솟아난다.

송악산에서 본 산방산(왼쪽), 박수물(가운데 희미한 곳), 월라봉과 군산오름(박수물 뒤의 봉우리), 형제섬(오른쪽 두 섬)

산방산은 아주 오래 전 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알뜨르 비행장과 송악산에서 산방산과 단산 일대를 둘러본 적이 있다. 제주 어딘들 아름답지 않겠느냐만은 올레와 바다에서 본 해안선은 너무나 완벽한 자연의 아름다움이었다.

갯깍주상절리대 길이 1km에 높이 40여 미터의 해안절벽이다. 왼쪽 동굴을 올레길에서 보면 아래 사진과 같다.

요트를 타고 난 후 제트 보트를 타고 대포주상절리와 갯깍주상절리를 조금 더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갯깍'은 '바다(갯)끄트머리'라는 제주도 방언이다. '주상절리柱狀絶理'는 말 그대로 기둥 모양의 절리다. 대개 육각이나 삼각의 긴 기둥모양을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성분이 섞인 용암 덩어리가 평행 또는 수직으로 흐르다 바닷물과 만나 형성된 바위들을 일컫는 말이다.

자연동굴 동굴 천장에는 육각의 돌기둥 단면이 보인다.

1km 에 달하는 대포동의 주상절리만큼 이곳도 해안선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다만 대포동의 주상절리가 육각의 기둥모양으로 바다 위로 솟아 있다면 이곳은 절벽에 각이 진 기둥들이 40여 미터의 높이로 그 위용을 자랑한다. 이곳의 좋은 점은 사람이 붐비지 않고 입장료가 없다는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손으로 직접 만지면서 느낄 수 있다는 데 있다. 선사시대 유적이 있는 동굴과 자연동굴이 있어 체험장소로도 제격이다.

바다에서 본 갯깍주상절리대

요트를 탄 이날은 빛이 없는 너무 흐린 날씨 탓에 주상절리의 섬세하고 웅장한 모습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바다에서 보는 주상절리의 비경은 어디 하나 손색이 없었다. 사진에 좋게 담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마음에 충분히 각인되었다.

올레길에서 본 갯깍주상절리대

현재 올레 8코스(구4코스)에 속하는 이곳은 해안길을 따라 걷는 제주의 비경길이다. 여행자가 다녀 온 지는 시간이 꽤 흘러 지금과는 조금은 다른 동선이었다. 그럼에도 하얏트 호텔에서 시작하여 존모살 해안, 갯깍주상절리대, 논짓물, 질지슴, 용문덕, 하예, 대평포구, 박수물까지의 길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바다에서 본 존모살 해변과 갯깍주상절리대

갯깍주상절리 주위에는 조른모살(존모살)이라고 불리는 작은 해변이 있다. 한때 국내 최초 누드 해수욕장을 만들려다 반대 여론에 부딪혀 지금의 모습으로 남은 곳이다.
바로 옆에는 정방이나 천지연보다 작은 규모지만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앙증맞은 폭포인 개다리폭포가 있다.

올레길에서 만난 존모살(조른모살) 해변

대포동 주상절리에서 본 하얏트 호텔과 군산오름

보트에서 본 대포동주상절리대

이번 여행에서 가장 흥분되었던 건 주상절리를 바다에서, 그것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육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과는 또다른 것이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주상절리의 장관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당당한 모습을 위풍당당하게 드러내었다.

대포동 주상절리대.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관광객들이 보인다.

육지에서 본 대포주상절리대(지삿개) 바다 위로 솟은 육각의 기둥들이 장관이다.

90년대 말쯤으로 기억된다. 무작정 떠난 제주도 여행에서 지삿개를 찾았다. 여름 뙤약볕에 살이 탈 정도로 무더운 날씨였다. 지금의 컨벤션센터는 한참 터 공사를 하고 있었다. 골목골목을 돌고 야산을 넘어도 지삿개를 찾을 수 없어 한참을 헤매다 해안 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내려가서야 서넛 시간 만에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대포동 주상절리대는 제주도 해안 비경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본 대포해안 주상절리대의 감동은 지금도 여전하다. 바다 위로 솟은 육각의 돌기둥의 웅장함과 부셔져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옥빛 파도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신이 빚었다고 해도 그 말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천 개의 돌기둥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


 중문단지 일대

제주도의 숨은 비경으로 알려져 있던 이 지삿개 해안은 그 후 중문단지의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주차장을 만들고 입장료를 받으면서 일반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지금은 제주도에 가면 필수 관광코스 중의 하나가 되었다. 2006년에 지삿개를 다시 한 번 찾았을 때에는 넘치는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군산오름과 갯깍주상절리대, 하얏트호텔이 한눈에 보인다.

중문해수욕장과 신라호텔, 롯데호텔이 보인다.

☞ 여행팁 갯깍주상절리대는 현재 올레 8코스의 일부로 중문단지 내 하얏트 호텔 옆의 길로 들어서면 된다. 혹은 색달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요트는 중문단지 내 퍼시픽랜드(☏1544-2988)에서 1인당 4만원~8만원, 제트보트는 25,000원에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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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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