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국보급 폰을 버린 아내, 변절인가 변신인가?

 

 

 

 

 

국보급 폰을 버린 아내, 변절인가 변신인가?

 

 

“다녀오셨습니까?”

회식을 마치고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 집에 돌아오자 아내와 딸아이가 중문간에까지 나와 황송하게 마중을 한다. 양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양새가 공손함이 극진하다. ㅎㅎ

 

첫 회식을 무사히 치루고 와서 그런가보다 여겼는데 이어지는 다음 말이 가관이다.

“여보, 제 폰이 왔사옵니다. 근데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뭔지 아시옵니까?”

이건 뭐 사극도 아니고... 그제야 아내의 과도한 공손함을 깨달았다. 일단 이쯤 되면 이유는 제쳐두고 장단을 맞추어주는 게 도리일 듯하다.

 

“햐, 부인 감축 드리오. 이제 스마트한 부인이 되겠소이다. 근데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잘 모르시면서 앞으로 스마트폰은 어이 쓰시겠소. 참, 답답한 노릇 아니겠소."

“서방님,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사옵니까. 하나하나 하다보면 늘지 않을 런지요?”

 

아내는 그동안 2G를 쓰고 있었다. 아내에게 있어 휴대폰이란 전화와 문자가 전부였다. 그 이상은 휴대폰의 영역이 아니고 컴퓨터나 다른 무엇이 할 역할임을 매번 자신감 있게 피력하곤 했다.

 

“조금 있으면 2G 쓰는 사람들한테 뭔가가 있을 것 같다고 하던데....”

이제 폰을 바꾸는 게 어떠냐고 하면 아내의 돌아오는 말은 늘 한결같았다. 게다가 불편함도 전혀 없는데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괜찮은데 주위 사람들이 왜 야단이지.”

 

그러던 어느 날 아홉 살 딸애가 스마트폰을 샀다. 처음엔 반응이 없던 아내가 인터넷 검색 등을 딸애 휴대폰으로 몇 번 하더니 마음이 동했던 모양이다. 딸애가 아내에게 부러 자랑하는 카카오스토리나 각종 음악, 앱 등을 보더니 “나도 스마트폰 하나 살까.” 하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후 이번에는 내가 3년 동안 썼던 스마트폰을 바꾸게 되었다. 매장에 같이 따라갔던 아내는 조금 동요를 하는 듯했다. 아내가 한 상품을 눈여겨보더니 급기야 '아, 만약 사게 되면 난 이걸 살 거야.' 하며 마음을 먹고 있었다.

 

지난 연말에 우연히 TV를 보다 채널을 돌리던 아내, 모 홈쇼핑에 온 신경을 세웠다. 스마트폰 판매였다.

“어 저거 괜찮네.”

내가 먼저 운을 띄우자 물끄러미 보고 있던 아내가 툭 내뱉는다.

“저것 살까.”

고민도 잠시 바로 예약 구매를 한다.

 

“야, 우리 ○○○ 씨, 국보급 폰을 버리다니, 이제 변절자야!”

농을 치자 아내는 멋쩍게 웃었다.

 

그 폰이 어제 도착한 것이다. 막상 폰은 왔는데 와이파이 사용부터 막막했던 모양이다. 그 어색한 손놀림은 또 어떻고. 2G 쓰는 사람들 특유의 조심조심 부자연스런 손놀림... 그래도 아내는 웃음을 띠고 있었다. 모든 게 신기한 모양, 세련된 디자인하며 그 잘 빠진 몸매하며, 스마트폰은 아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많은 가르침 부탁해요.”

 

페이스북을 물어보는 아내를 보며 문명의 세계에 편승하여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국보급 폰을 버린 아내는 변절인가 변신인가?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