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 <아빠 어디가> 자문 요청, 어떡할까요?
한동안 방송을 멀리 했었다. 타고난 역마살 때문에 늘 길 위에 서지만 이젠 이마저도 자유롭지 않다. 떠나기만 하면 좋았던 것은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고... 이젠 무언가를 궁리하고, 쓰고, 참견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면서 방송 출연과 자문 제의도 이따금 받았었다. 누구나 아는 <인간극장>이라든가 흔히 방송 3사에 가뭄에 콩 나듯 끼어들기도 했다. 그러다 몇 년 전 방송사의 무례함이 반복되자 방송사라면 대놓고 거절했다. 2010년으로 기억된다. 강원도 영월의 꼴두국수를 일간지와 주간지에 실은 적이 있었다. SBS <생방송투데이> 제작팀에서 그걸 보고 연락이 왔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성심껏 자문을 해줬다. 심할 때는 작가의 집요함(내가 보기에는 아주 초보자거나 탁상론자거나)에 1시간 이상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지친 내가 했던 마지막 말은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자꾸 묻지 말고 일단 한번 부딪혀 보시죠.” 그러기를 몇 번 그 후 방송이 나간 모양이고 그렇게 살갑고 집요하던 제작팀은 나에게 더 이상 연락이 없었다. 빈말이라도 덕분에 방송 잘했다는 말도 없었고, 언제 방송하니 보라는 말도 없었다. 내가 자문했다는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전부터 방송사들이 단물만 빼먹는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프로로 인해 그 뒤에 이어진 KBS, MBC, SBS 등 방송사의 자문 요청은 대놓고 거절했다. MBC로부터 여행프로 출연제의도 받았지만 거절했었다. 예능에 가깝다는 말에 지레 겁 먼저 먹었기 때문이다.
▲ KBS 창원 <경남 100경> 자문위원으로 출연(2012년)
그러다 최근 내가 유일하게 방송의 자문을 허락한 건 KBS 창원의 <경남 100경>이다. <경남 100경>도 사실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지만 다른 이의 소개를 받았다며 연락이 와서 거절하기가 애매한 상황인 데다 지역방송이고 프로그램의 취지가 좋아 생각 끝에 응했었다. 지역 프로라 그런지 살가웠고 방송 중에 자문위원 소개도 있었고, 차비 정도의 약간의 출연료도 받았다. 물론 자문에 비해 그 프로의 완성도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근데 오늘 내가 자문 요청을 받은 프로는 요즈음 잘 나간다는 MBC 일밤 <아빠 어디가> 프로다. 나도 두어 번 얼핏 본 적이 있다. 연예인 아빠와 아이가 시골과 오지 마을에서 1박2일 동안 지내면서 체험하는 프로로 알고 있다.
어떡할까. 예전 같으면 방송사에 대답도 안 했겠지만 아이와 아내가 요즈음 즐겨보는 눈치라 마음이 흔들린다. 자문이야 뭐 어렵겠냐만은 또 실컷 자문만 구하고 귀찮게 굴다가 나중에는 어제 그랬냐는 식으로 쌩 깔지 모를 것이고 난 또 그 허무함에 상처받을 것이고... 사실 자문이 상식 수준이라면 쉽겠지만 어떤 경우는 나 또한 고민하고 자료를 찾아봐야할 때도 더러 있다는 것이다. 근데 그러한 수고로움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나중에 제작팀의 공로로만 알려진다는 것이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몇몇 분들이 토로하는 불만이기도 하다. 이상한 것은 방송국이 그다지 대단한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으스댄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잘못된 인식을 가진 PD와 작가의 문제겠지만). 자문비용(바라지도 않지만)은 고사하더라도 적어도 누가 자문하고 협조했다는 자막 정도는 남기는 게 상식이 아닐까.
아직 자세한 자문 사항은 모르지만... 메일 하나를 받고 미리 예단 먼저 하는 나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온 국민이 즐겨보는 프로라면 적극 협조해야 하고 그럴 생각이다. 근데 이번에도 자문이 끝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식의 대우라면 난 평생 방송과는 연을 끊을 지도 모르겠다. 쉽게 상처받는 나의 체질이 나는 두렵다. 근데 아내와 딸이 좋아하는 윤민수의 아들 윤후가 계속 눈앞에 어른거린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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