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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블로거가 꼭 알아야 할 출판계약 7가지

 

 

 

 

블로거가 꼭 알아야 할 출판 계약 7가지

첫 출판 계약, 꼭 알아야 할 7가지

 

벌써 몇 달 전의 일이다. 블로그 지인이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원고를 넘겼는데도 몇 달이 지나도록 출판사에서는 감감무소식이라며 애를 태웠다. 처음 계약을 할 땐 금방이라도 책을 낼 듯이 덤벼들던 출판사가 원고를 받은 후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게 되자 속이 타는 건 저자다.

 

근데 이 출판사 알고 봤더니 필자와도 잘 아는 다른 블로그 이웃과도 출판 계약을 하고 원고를 받은 후 출판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 적도 있었다. 과연 그 출판사가 그렇게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리고 저자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즈음 블로거들에게 출판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단순히 제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출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모든 것이 순조롭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대개 이러한 문제는 책을 내본 경험이 없는 처음 출판 계약을 하는 이들에게 발생하는데, 책을 낸다는 기쁨이 앞서다 보니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는 데서 대부분의 문제가 야기된다.

 

              필자의 빈한한 서재

 

필자는 현재 10년 넘게 출판 관련 일을 하고 있다. 편집자로서 숱한 저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계약하면서 얻은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이는 단지 출판사나 저자 어느 쪽에 유리한 것인가를 떠나 처음 출판 계약을 하는 이들이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사항을 말하고자 한다.

 

1.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라.

처음 책을 낼 때 계약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대개 아는 출판사이거나, ‘뭐 문제 있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에 기인한다. 대개 저작권료만 확인하고 중요하지 않는 주변적인 것들에 오히려 더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모든 문제는 계약서에서 시작되고 계약서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된다. 1년에 책 한 권 못 내는 출판사가 수백 곳에 이르고 적자에 허덕이는 출판사는 무수히 많다. 그러다 보니 얼마가 판매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저자를 믿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출판사에 유리한 쪽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도 더러 있다. 계약서를 꼼꼼히 읽고 불합리하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는 것은 즉시 물어보고 수정을 하는 게 좋다.

 

2. 표준 출판(권설정)계약서를 사전에 반드시 읽어보라.

한국저작권위원회 누리집(http://www.copyright.or.kr/help/down/contract.do)에 가면 ‘표준출판(권설정)계약서’가 있다. 이것이 출판계약서의 표본이다. 이것을 기본으로 하여 표준출판계약서에 없는 조항은 잘 생각해서 서명하는 게 좋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누리집(클릭)의 '표준출판계약서'

 

3. 추상적인 언어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라.

계약서에서 사용하는 개념은 늘 정확하고 명확해야 한다. 두루뭉수리하게 표현하는 건 계약서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그 이유는 면피용이거나, 다른 속셈이 있다거나 아니면 자신한테 불리한 것을 감추기 위해서다.

 

다음의 계약서 내용을 보면 단번에 출판사의 의도를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실제 이러한 조항이 버젓이 계약서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기타 책 출간이 어려운 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출판사는 본 출판 계약을 파기할 수 있고 필자는 이에 동의한다.’

 

이 조항 앞에는 저자가 계약을 위반했을 때 각종 책임과 변상을 하도록 아주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열거했는데, 정작 출판사의 경우는 이 한 문장으로 인해 계약을 파기할 수 있고 모든 책임과 변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 도대체 ‘기타 책 출간이 어려운 사유’가 뭐란 말인가?

 

4. 원고 인도 기간을 명시함과 동시에 출판일자를 반드시 명기하라.

이 부분은 아주 중요하다. 원래 정상적인 계약서라면 저자가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는 날짜를 명시함과 동시에 출판사가 언제까지 출판한다는 날짜도 명시하게 되어 있다. 근데 원고 인도 기간은 명시하면서 출판일자는 빼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로 인해 계약은 해놓고 몇 년째 책을 못 내거나 결국 출판사에서 원고가 출판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계약을 해지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5. 계약기간을 반드시 확인하고 계약기간 종료 후 자동 연장을 할지 아니면 재계약을 할지를 꼼꼼히 따져라.

단행본의 경우 통상적으로 계약기간은 대개 초판 발행일(책의 앞이나 뒤의 ‘간기면(판권지)’ 란에 발행일자가 적혀져 있다.)로부터 3~5년이다. 문제는 계약기간이 끝난 후인데, 서면통지가 없으면 자동 연장되는 경우와 서면통지가 없으면 계약이 자동 종료 되는 경우가 있다. 대개 자동 연장이 일반적인데, 본인이 쓰는 책의 성격에 따라 잘 고민해서 선택해야 한다. 대개 출판사에선 자동 연장을 선호한다.

 

6. 출판에 적합한 완전한 원고의 개념을 명확히 해라.

잘 나가는 블로그 글은 출판사에서 좋아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단지 그 블로그의 콘텐츠 콘셉트나 인지도 등이 마음에 들 뿐이다. 블로그 글은 대개 출판으로 적합하지 않다. 몇 번이나 가공을 해야 출판에 적합한 원고 형태가 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버려야 될 때도 종종 있다. 그것은 그 블로거가 글을 잘 쓰느냐 못 쓰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블로그와 책은 글의 호흡이 다르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는 ‘완전원고’라는 개념을 쓰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으로 기본적인 교정․교열만 하면 즉시 출판이 가능한 형태의 완성된 원고를 의미한다. 출판에 적합한 원고란 이 ‘완전원고’를 뜻한다. 근데 이 출판에 적합한 완전원고라는 의미가 때론 악용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블로그가 인기가 있으면서 1인 출판사 등 여러 출판사들이 소위 잘 나가는 파워블로거에 눈독을 들인다. 괜찮다 싶으면 먼저 계약을 맺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블로그 글이 출판으로 적합한지의 여부를 출판사에서 꼼꼼히 따지기보다는 가능성만을 보고 덜컥 계약을 했다가 나중에 원고를 넘겨받아 살펴보았더니 출판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게 될 때가 더러 있다는 게 출판사의 고민이다.

 

이러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출판사에선 원고가 출판에 부적합할 경우 계약을 파기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게 된다. 이는 저자의 입장에선 불합리하고 일방적인 무리한 계약이나 출판사의 입장에선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계약 전에 이 부분의 개념을 정확히 물어보고 원고 일부를 제출하여 표준원고로 삼을 수 있는 근거를 확인 후 계약하는 형태가 필요하다.

 

7. 저작권료, 증정 부수, 홍보 부수, 기타 비용 등을 반드시 확인하라.

대개 저작권료는 도서정가의 몇 %로 정하는데 일부 출판사는 서점 수수료를 제외하고 산정하는 경우도 있다. 무조건 몇 %라는 것만 보지 말고 그 비율이 도서 정가에 근거한 것인지, 매출액에서 산정하는 것인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예를 들어 정가가 2만 원인 도서에 10%의 저작권료를 산정하더라도, 도서정가 기준이면 권당 2000원의 저작권료가 산정되지만 매출액(서점수수료 30% 기준) 기준이면 권당 1400원밖에 되지 않는다. 1000부가 판매될 경우 60만 원이 차이가 난다.)

 

그리고 일부 출판사에서 매출이 부진할 경우 저작권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책으로 증정 처리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도 두루뭉수리하게 명기하는 것이 아니고 ‘초판 500부 이하가 판매되지 않을 경우’ 등 정확한 수치로 표현하는 게 좋다. 일부 영세 출판사는 홍보비용을 저작권료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으니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계약서를 꼼꼼히 보고 물어본다고 해서 출판사 관계자들이 싫어하지는 않는다.(만약 싫어하는 기색이 있으면 신생출판사이거나 문화 창조자인 출판인이 아니라 이윤만 쫓는 출판업자일 것이다) 출판사들이 싫어하는 저자 유형은 따로 있다. 처음엔 잘 모른다며 예의 좋은 낯빛으로 두루뭉수리하게 출판사에서 알아서 다 해주십사 하다가 나중에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계약내용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성격대로 밀고나가며 꼬치꼬치 따지는 유형이다. 교정도 1차 교정을 꼼꼼히 보고 2, 3차로 갈수록 오탈자 수준에서 끝나야 하는데 1, 2차에선 건성으로 교정을 보다가 인쇄 직전에 이르러 점점 교정 분량이 늘어나더니 급기야 6, 7차까지 가는 저자는 능력은 물론 인간성마저 의심하게 된다.

 

제발 계약서든 교정이든 처음에 꼼꼼히 보고 까다롭게 굴어라. 그리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서는 여유를 가져라. 반대로 하면 출판사는 이 저자와 두 번 다시 계약을 맺고 싶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정직합니다. 늘 그렇듯 일부 출판사의 과욕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꼼꼼히 살피지 않는 우리가 자초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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