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괴롭히는 인간의 즐거움

 

꼭 이래야만 했을까.

괴산댐이 있는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은 최근 산막이 옛길이 복원되면서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옛길로 가는 초입에는 1만여 평에 달하는 소나무 숲이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청량하게 한다.

고개를 넘으니 솔숲에 이는 바람에 괴산호의 아름다운 풍광까지 더하여 여행자의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솔숲 가운데로는 출렁다리를 만들어 놓아 단조로운 산길을 다이내믹하게 하였다. 사람들은 숲 사이로 난 다리를 건너며 숲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출렁다리 주변의 소나무가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지 하고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출렁다리의 움직임을 고정시키기 위해 산 소나무에 굵은 밧줄을 칭칭 동여매어 놓았다. 한두 군데만 그렇겠지 하고 여겼던 나의 짐작은 숲속에 들어가서 자세히 보고 난 후 여지없이 무너졌다.

출렁다리 주변의 거의 모든 소나무들이 다리를 위해 굵은 밧줄에 묶여져 있었다. 다리 버팀목이 별도로 있다고 하더라도 버팀목에 주어지는 힘의 분산과 수평 유지를 위해 산 소나무를 이용한 것이었다.

나무 가까이서 보니 더 경악스럽다. 굵은 줄로 나무를 몇 번이나 동여매고 미끄럼 방지를 위해 천을 대고 아래 위로는 아예 테이프로 칭칭 감았다. 혹시나 싶어 손가락을 넣으려 안간힘을 쓰도 도무지 들어가지 않았다. 나무를 밧줄과 테이프로 꽉 동여매어 나무는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였다. 꼭 이래야만 했을까.

대개의 나무는 위아래 두 군데나 이런 식으로 묶여 있었다. 출렁다리의 아래 위를 고정시키기 위해서다. <산막이 옛길>을 복원한다고 했을 때 일부에서는 환경 파괴를 염려했다고 한다. 복원된 옛길은 크게 무리가 없어 보였으나 이곳에서 여행자는 할 말을 잃었다. 차라리 나무를 베어 출렁다리를 만들거나 꼭 필요했다면 철제로 버팀목을 만들었어야 했다. 살아있는 나무를 이용하는 것이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했을까.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만의 즐거움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최근 올레길과 둘레길에서 비롯된 걷기 열풍은 지자체들을 자극하고 있다. 여행자는 예전부터 이 부분을 상당히 우려했었다. 걷기 열풍이 인간에게는 유익할 수 있으나 그와 동시에 환경 파괴를 가져올 수 있음을 늘 각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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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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