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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기발한 어린이 그림전시회를 가보니



 

기발한 어린이 그림전시회를 가보니

 

주말 아침 여섯 살 딸아이가 저를 깨웠습니다. 아이는 유치원을 가는 평일에는 늦잠을 자기 일쑤이지만 주말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혼자 놀곤 합니다. 오늘은 그림 전시회가 있어 빨리 가야한다고 아침부터 난리법석입니다.

 딸아이가 그린 그림. <산책하며 사진 찍는 날>이라는 제목인데, 사진을 찍는 저와 부녀를 지켜보는 아내, 산책을 즐기는  딸아이의 모습을 나름 잘 표현하였습니다.

사실 이런 북적되는 전시회에 가는 건 그다지 내키는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 된 자로서 가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라 길을 나셨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무관심, 저 나름의 교육 방식으로 말하자면 ‘방목’입니다.

 

전시회장에 도착하니 유치원 담임선생님이 안내를 하더군요. 지아가 그린 그림으로 제일 먼저 안내를 하였습니다. <산책하며 사진 찍는 날>이라는 그림이었습니다. 평소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는 우리 가족의 소소한 일상이 나름 잘 표현되었더군요.

 

다음은 유치원 아이들이 반별로 만든 소원글이었습니다. 이때 나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지요. “아빠가 화를 안내게 해주세요.” 흑, 망신이었습니다. 사실 딸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더러 화를 내곤 했는데 아이에게는 기억에 오래 남은 모양입니다.

 

며칠 전 아이가 직접 만든 쿠폰을 하나 주더군요. 무엇이냐고 물으니 아빠가 화를 안 낸다고 약속해주는 쿠폰이라 하더군요. “네가 말을 안 들으니 아빠가 화를 내지.” 했더니 아이는 “그래도 화를 내면 나쁜 사람이잖아.”하며 약속을 종용하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러마하고 약속을 했는데 그 뒤에도 아이와 티격태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눈은 거짓이 없나 봅니다. 다음부터는 좋은 말로 타이르리라 다짐하고 있는데 아이에게 같이 화를 내었던 아내가 자신은 아닌 척 하며 염장을 지릅니다. “어이구, 그래, 평소에 잘 하지. 그래도 이것보다는 낫네.” 고개를 들어 보니 “엄마 아빠 안 싸우면 좋겠어요.”라는 글귀가 보이더군요.

 

선생님의 이야기로는 제목부터 그림까지 아이들이 직접 그렸다고 하더군요. 물론 종이나 그리기 방식은 선생님들의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겠지요. 전시회 장소 준비만 2주가 걸렸다고 하니 선생님들의 노고가 고마웠습니다.

 

주말 아이들의 작품에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자식은 어느 부모에게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착하고 바르게 세상의 아름다운 존재들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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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