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800km 달려 산삼 캐러 갔더니
“천령, 산삼 먹으러 와라.”
“예? 또 산삼입니까? 뭔 놈의 산삼이 그리 많다요?”
“어허, 와보면 알거아녀.”
통화를 끊고 나니 문자로 사진 한 장이 날라 왔다. 산삼을 들고 있는 사진이었다.
오기가 발동했다.
“형님, 지금 가면 몇 뿌리 줄 거요?”
“오기만 온다면야 원하는 대로 주지.”
“진짜 갑니다.”
“그래 와라.”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한번 필 꽂히면 천령은 팔도 어디든 간다.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어디냐?”
“가고 있습니다.”
“진짜로?, 미친 거 아냐. 여기가 어디라고?”
“오라고 부추긴 사람이 누군데 이제 와서. 기다리고 있으세요.”
“헐~”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아무리 팔도를 제집처럼 다니는 여행자지만 여행도 아니고 산삼 때문에 서울보다 더 먼 거리를 오겠다니 하선생님도, 김화백님도 어안이 벙벙했던 모양이었다.
웃자고 한 얘기가 죽자고 되어버렸으니....
일단 차를 몰았다. 차를 고속도로에 올리고 나니 한동안 멍하였다. 이게 뭔 짓인가. 이왕 이렇게 된 것 열심히 달리자. 아직도 고속도로를 네 시간이나 더 달려야 한다.
“어이, 진짜로 왔구만. 대단혀. 우리 형제는 아무래도 미친 사람들이야.”
여행자가 여행 도중에 만난 두 분들과는 어느새 의형제가 되었다. 연령은 각각 60대와 40대 그리고 여행자는 30대다. 나이 차이는 많아도 우리는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반한 사이였다. ㅎㅎ
만나면 늘 질퍽한 술자리다. 술에 대해서는 다들 일가견이 있다. 세 사람 모두 주신의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근처까지는 갔다 온 사람들이다. 주사가 없으니 밤새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그날 밤은 술을 많이 참았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산행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술자리를 파하니 새벽 두 시였다.
다음날 산에 올랐다. 개망초가 군락을 이루어 하얗게 피었다.
좋은 길은 이제 끝. 여기부터는 길 없는 산길을 무작정 올라야했다.
산을 얼마간 오른 후 산삼에 일가견이 있는 큰 형님이 주위 산세를 보더니 한 곳을 가리킨다. 여행자는 무조건 뒤만 쫄쫄 따라다녔다. 산 이곳저곳을 한참 헤치더니 어느 지점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기여. 잘 살펴 봐.”
다들 산삼을 찾기 시작하였다.
김화백님이 영지버섯을 캤다. “사진 찍어라.” 그러고는 다시 심었다. 산삼을 캐러 왔으니 어린 영지버섯은 더 자라게 그냥 놓아준다는 것이었다.
“천령아, 산삼 안 캐나?”
“관심 없어요. 어휴 숲 냄새 좋다. 사진이나 찍지요.”
산삼보다는 주위 버섯에 더 관심이 쏠렸다. 생크림을 위에 바르면 너무나 맛있을 것 같은 버섯인데 독버섯이란다. 헐~
처음에는 반원 모양이었다가 나중에 종 모양 또는 말굽 모양으로 변한다는 말굽버섯도 보인다. 기원전 8,000년 전의 유적에서도 발견된 가장 오래된 버섯 중의 하나라고 한다. 각종 약재로 쓰인다.
하선생님이 불렀다. 사진 찍으라고. 얼씨구나 싶어 냅다 뛰었다. 조심조심 산삼을 캐기 시작하였다. 아주 어린 야생삼이었다.
“천령, 먹으라.”
“아니, 제가 어찌.”
“그냥 먹어 둬, 첫 뿌리 기념으로.”
말로는 사양을 했지만 몸은 이미 산삼을 먹을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날름^^
“이제 내려갑시다.”
산삼 몇 뿌리가 더 있었지만 아직 어려 그냥 두기로 했다. 모삼을 찾는 것도 다음으로 미루었다.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이 있기 때문이다.
산삼에 대한 개념은 보는 이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비록 이날 우리가 캔 것은 천종이나 4구 이상 되는 귀한 산삼이 아닌 1~2년생 야생삼에 불과했지만 모두는 만족하였다.
하산 길에 본 소경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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