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고속도로 태권V와 익살스런 표정의 장승들




 

고속도로 태권V익살스런 표정의 장승들.


 길.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루쉰의 말처럼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길은 소통의 통로였고 문명이 충돌하고 교류하는 매개가 되었다. 인류가 만들어낸 길 중에서 고속도로는 속도의 상징이 되었다. 끝없이 치닫는 속도와의 전쟁에서 고속도로는 질주하는 자본의 대표주자가 된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제 아무리 속도에서 승리한 득의양양한 최고의 길이라 할지라도 휴식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빠른 속도에서 느낀 상실감과 놓쳐 버린 풍경들의 아련함을 휴게소에서 채운다. 질주 본능이 인간에게 있다하더라도 그건 애초의 원형 본능이 아니라 속도에 의해 길들여진 습관에 불과한 것이다.


 

 호남고속도로 주암 휴게소. 속도에 대한 두려움이 늘 있는 여행자지만 어쩔 수 없는 편리성으로 인해 가끔 영혼을 팔기도 한다. 담양가는 길에 주암 휴게소에 잠시 들리었다.



 

 여행. 아주 작은 휴게소였다. 물도 사고 커피도 한 잔 하면서 오늘의 여행지를 생각해본다. 요즈음은 무턱대고 떠난다. 지역만 정하고 여행지는 길에 맡겨 버린다. 간혹 동행하는 이라도 있다면 몇 가지의 정보라도 체크해보겠지만 역시 무의미한 일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가족. 하회마을 인근의 낙동강 도보여행이 어떨까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담양에 가잔다. 죽녹원이라는 곳을 가보고 싶단다. 그래, 가자고. 여섯 살 난 딸아이도 카메라를 충전하느라 부산스럽다. 날씨가 선선해지니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 점차 늘어난다.


 

 장승. 한동안 지리산에 미쳐 수십 차례를 오른 적이 있었다. 혼자서 종주도 몇 번 했었고 산속 깊은 암자도 거의 다 돌았다. 어느 겨울 지리산 장승에 눈이 뒤집혀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해학. 지리산 산간마을의 장승에서 나는 웃음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고 삶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해학과 익살 그리고 신앙. 돌과 나무에 새겨진 깊은 믿음과 바람을 가진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을 보았다.



 

 태권V. 장승은 어찌 보면 인간을 떠난 인간의 한 모습이다. 이 삭막한 고속도로에서 한 때 인기를 구가하던 그가 장승으로 재현될 줄은 생각도 못하였다. 혼자 미친놈처럼 실없이 껄껄 웃었다.



 

 다시 휴게소. 휴게소 곳곳에 세워진 장승으로 인해 다시 즐거운 여행길이 되었다. 여행이란 어디로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때론 길 위에서 만난 잡다한 일상과 소소한 풍경이 길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