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여객터미널, 왜 이러나!
-불법주차문제해결을 위해 관광객들은 뒷전.
지난 29일 토요일 통영 인근의 섬에 들어가기 위해 통영여객터미널을 찾았다. 터미널로 진입하는 순간 호각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뭘 잘못했나 싶어 앞을 주시했더니 차를 뒤로 빼서 오른쪽 주차관리소 방향으로 다시 진입하라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기에는 분명 왼쪽 진입로가 배에 차를 싣고 가는 길인데 자꾸 호각을 불어 일단 주위를 살펴보니 ‘차량을 싣고 섬에 가실 분’은 오른쪽으로 화살표가 되어 있었다.
관리원이 호각을 불자 잘못 진입한 차량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대개의 차량이 그러하였다.
시키는 대로 주차관리소 방면으로 진입을 했다. 주차권을 끊고 나니 다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일단 주차장 끝까지 갔으나 막다른 길이었고 부두로 빠지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주차된 차 사이로 어렵게 차를 돌려 다시 나와서 관리소 앞에 차를 세우고 물어 보았다. 배에 차를 싣고 갈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주차권을 반납하고 다시 밖으로 나와서 오른쪽으로 진입하라는 것이었다. 순간 짜증도 나고 해서 예전에 섬에 차량을 싣고 가는 차량은 주차권을 끊지 않고 바로 부두로 갈 수 있었는데 이렇게 복잡하게 하느냐고 항의를 하자 자신들도 시키는 대로 할 뿐 자세한 것은 국토해양부에 문의하란다.
관리원이 잘못 진입한 차량들을 변경된 진입로로 안내하느라 정신이 없다.
주차관리소 입구 오른쪽에 표지판이 있었으나 진입로에서 당황한 운전자들은 쉽게 찾지 못했다.
나의 차량뿐만 아니라 다른 차량들도 부두 방면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더니 관리소 앞에서 거센 항의를 하였다. 물론 뒤에 확인한 바로는 관리소 옆에 ‘카페리 이용 차량’은 진입 후 유턴하여 우회전하라는 표지판이 있었으나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관광객들의 눈에는 쉽게 띄지 않았다. 일단은 여행을 가야하기에 꾹 참고 담담 부서 연락처를 메모한 뒤 배에 올랐다.
주차관리소를 들어오자마자 다시 출구로 차를 돌리는 차량들
섬에서 나온 후 해당 부서인 국토해양부 마산지방해양항만청에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설명하자 상황 파악은 충분히 했고 문제점은 알고 있으나 통영여객터미널은 통영해양사무소 소관이라며 그쪽으로 연락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통영해양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다음은 전화 내용의 주요 부분이다.
들어오는 차량과 출구로 다시 나가는 차량들로 관리소 입구는 엉망이 된다.
“여객터미널에서 배에 차를 싣고 가는 데 너무 불편한 부분이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부두로 바로 진입할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복잡하고 불편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어떤 부분이 불편하시냐?”
“처음 진입로부터 헷갈리고 주차권을 끊고 주차장에 가서도 부두로 가는 진입로를 찾지 못했고 겨우 알아냈더니 주차권을 반납하고 다시 출구로 나와서 부두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입구의 표지판에 화살표로 방향을 안내하였고 주차관리소 옆에 다시 안내판이 있다. 자세히 보면 문제될 것이 없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부두로 가는 출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였다. 나 외에도 다른 사람들의 항의를 받지 않았느냐? 그것 때문에 시간도 많이 지연될 수 있다”
“물론 항의를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될 것은 없다. 홍보만 잘하면 해결된다.공항이나 다른 여객터미널도 20, 30분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언제부터, 왜 이런 식으로 관광객들의 불편을 초래하였느냐?”
“지난 2개월 전부터 입안이 되었었다. 문제는 불법주차에 있다. 터미널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부두에 불법주차를 하는 이들이 많고 섬에 가는 관광객들도 차를 가지고 가지 않는다면 주차장에 주차를 해야 되는데 부두에 불법으로 주차를 해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불법주차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전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의 편의가 먼저 아닌가. 불법주차문제를 없애기 위해서 관광객들의 편의는 무시되어도 되는가.”
“지금은 홍보의 부족으로 불편을 느낄 수 있으나 홍보가 제대로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정할 계획은 없는가?”
“다소 불편이 있더라도 현재로서는 지금의 방식대로 진행하면서 진입로 변경에 대한 홍보를 할 생각이다. 그래도 문제점이 노출되면 반대편 서편 쪽으로 출입하는 것도 고려중에 있다. 견적을 받아 둔 상태이다.”
더 이상의 통화는 무의미하여 이쯤에서 전화를 끊었다. 많은 사람들이 항의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표지판을 자세히 보지 않고 변경된 동선을 인지 못하고 있는 관광객들이 문제라고 여기고 있었고 홍보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었다. 사실 주차권을 끊고 나와서 바로 유턴을 하기에는 양쪽에 있는 주차된 차들로 인해 몇 번이나 방향을 바꾸어야 다시 출구로 나올 수 있었다. 게다가 주말이면 들어오는 차량, 나가는 차량, 주차장에서 터미널로 걸어가는 관광객들로 인해 입구는 엉망이 된다. 오죽했으면 거기서 일하는 분들도 관광객들의 항의와 엉망이 되어 버린 주차 질서 때문에 힘이 드니 시정을 할 수 있도록 해당부서에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했겠는가.
불법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 고객인 관광객들의 편의가 무시되고 있다. 본말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되었다. 관광객들의 편의가 주가 되고 불법 주차 문제 해결은 종이 아닌가. 불법주차문제 단속을 위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뒷전이다.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불법주차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말이다. 사무소는 홍보를 잘해서 관광객들이 변경된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나 내가 보기에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우선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상한 것은 이렇게 해도 불법주차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섬에서 나오는 차량은 관리소를 거치지 않고 예전처럼 바로 도로로 빠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불법 주차를 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섬에 가는 차량처럼 주차권을 끊고 다시 출구를 나와 부두에 세우면 그만이다. 물론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여러모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해명이다.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불법 주차는 우리 모두가 지양해야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불법 주차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관광객들에게 혼선과 불편을 주는 이같은 처사는 심히 못마땅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여객터미널은 통영관광의 얼굴이다. 그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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