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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섬

염전의 시작, 그 단초를 발견하다.



 

염전의 시작, 그 단초를 발견하다.

-사도에서 발견한 염전의 단초

 

 사도는 7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양면해변을 지나 거북선바위가 있는 시루섬은 거대한 암반이 해변을 덮고 있다. 해안 암반층을 걷다 고래를 닮은 고래바위 앞에서 순간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해안 바위의 파인 곳에 물이 고여 있고 그 주위 바위 표면에는 허연 가루가 군데군데 붙어 있었다. 게다가 물이 빠진 메마른 웅덩이 한 곳에는 1mm 정도의 두터운 하얀 가루 층이 형성되어 있었다.
 







 




 

 순간, 소금일 것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간다. 고개를 숙여 손가락 끝에 가루를 묻혀 맛을 보았다. 짜다. 분명 소금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소금의 결정체가 되기 직전의 증발된 바닷물이었다. 맛소금보다 더 작은 먼지에 가까운 가루였지만 분명 짠맛이 나는 소금이었다.


 




 한참을 맛보고 난 뒤 주위 해안바위들을 찬찬히 살펴보다 제법 큰 염전(?)을 발견하였다. 인류가 바닷물로부터 소금을 얻은 것은 해안 바위의 파인 곳에 남아 있던 바닷물이 햇빛에 의해 증발하여 농축된 것을 발견하면서부터였을 것으로 일반적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염전을 통해 소금을 얻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의 단초일 것이다. 실제로 제주도의 구엄포구 일대에는 돌소금을 채취하던 ‘천연 돌염전’이 있다. 해변 가 암반에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썰물이 빠져 나간 곳에 천연소금을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바닷가 따라 길게 형성된 해안 암반에 흙으로 경계선을 만들어 바닷물을 가두어 소금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도 시루섬의 경우 해안을 따라 암반이 직벽으로 형성되어 있어 웅덩이 쪽이 물에 잠기지 않아 소금의 흔적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물론 서쪽에 높은 벼랑이 있고 바람이 많아 소금의 원시적인 형태가 남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금밭의 흔적이 아주 작고 소금이라고 하기에는 분말가루에 가깝지만 이런 현상을 보고 인류가 염전을 만들었다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사실 염전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연을 최대한 이용하여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소금을 채취하는 과정이다. 즉 염전은 소금을 얻기 위해 태양, 바람 등 자연의 힘을 빌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바닷물을 농축시키는 지반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를 위시하여 가장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천일염전은 해안 근처에서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의 3단계를 거쳐 소금을 얻게 된다. 저수지에 담은 바닷물을 증발지로 보내고 이곳에서 농축된 바닷물을 다시 결정지로 보내어 소금을 추출하는 과정인 것이다. 내가 본 사도의 소금밭은 사실 저수지에서 증발지로 넘어가는 단계의 일부분일 뿐이다. 가루로 남아 있어 결정을 얻지는 못했지만 이것을 통해 소금 결정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