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보다 황홀했던 조도 월출
하조도 등대에는 이미 어둠이 내렸다.
바다는 어둠속으로 깊이 빠지기 시작했고
여행자는 서둘러 부두로 돌아왔다.
부두의 허름한 선술집에서
소주 한잔을 마시며
섬여행의 수고로움을 풀었다.
식당 안주인의 투박한 음식에 섬생활의 고단함을 알 수 있었고
여행자는 바람을 쐬러 선착장으로 나왔다.
달이 뜨고 있었다.
일출을 보는 일도 여행자에게는 뜸한 일이지만
월출을 본 건 난생 처음이었다.
달은 이미 바다 위로 솟아 있었고
여행자는 취기 어린 눈빛으로 달을 바라보았다.
주섬주섬 카메라를 챙기는 사이
달은 이미 바다 멀리 솟아 올랐다.
삼각대가 없어
손각대로 달을 담았다.
사진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바다는 잔잔히 출렁거렸다.
여행자는 들뜬 마음에 사진은 뒷전이고
연신 탄성만 질러댔다.
붉은 빛을 토하던 달이
하얀 맨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모든 가면을 벗어버리는
순백색의 순수함으로.
등대도 덩달아 빛을 내기 시작하였다.
가끔은 멀리, 가끔은 가까이
사라지는 빛을 쫓다
여행자는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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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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