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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섬

다도해 풍경이 압권인 진도 '세방낙조'


 

다도해 풍경이 압권인 진도 ‘세방낙조’

 각흘도(왼쪽)와 곡도(오른쪽 뒤), 송도(오른쪽 앞) 사이로 해가 진다.

연말 당초 여행지는 목포였다. 남도에 들어서자마자 들판도 산도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눈을 좀처럼 보기 힘든 지방에 사는 여행자로서는 들뜬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

 잠두도(앞), 마도, 대소동도, 가사도(오른쪽) 등대가 보인다.

그러나 그 마음도 잠깐, 쏟아지는 폭설에 걱정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차의 유리에 내린 눈이 영하의 날씨에 꽁꽁 얼어버렸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야는 여행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하는 수 없이 이훈동 정원만 둘러보고 진도로 길을 잡았다.

 솔섬, 곡섬, 납도, 잠두도-왼쪽부터

진도는 겨울에도 다리만 건너면 육지보다 2~3도 높은 따뜻한 섬이다. 시간은 이미 4시를 넘고 있었다. 여행지에 대한 사전 정보도 없었기에 무작정 섬을 달렸다. 아, 세방낙조, 문득 떠올랐다. 몇 해 전 진도를 찾았을 때 일정이 빠듯하여 미처 들리지 못한 곳이었다.

 진도 북춤

남해안 일몰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던 세방낙조를 가기로 하였다. 진도대교를 건넌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하늘이 맑아오기 시작하였다. 하늘이 돕는 것일까. 앞이 점점 밝아오더니 하늘도 푸른빛으로 개기 시작하였다.

  산 정상 전망대에서 본 풍경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지산면에 이르자 하늘은 다시 어두워졌다. 급기야 눈까지 내리더니 바람마저 심하게 불었다. 세방마을을 지나 전망대에 도착하니 일몰을 보기 위한 차량들이 이미 줄을 서고 있었다. 다행히도 이곳은 아직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은 곳이라 전망대까지는 얼마 걷지 않아서 도착할 수 있었다.

 지력산의 일몰 풍경

일몰을 보려 사람들은 전망대 주위에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전망대 광장에는 각종 민속공연을 하여 해넘이 분위기를 한껏 들뜨게 하였다.

 

진도에는 섬이 250여 개나 된다. 섬의 대부분이 서쪽에 있어 서부해안도로는 그야말로 다도해 섬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해안길이다. 낙조로 유명한 이곳의 전망대에 서면 올망졸망 떠있는 섬들이 빚어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장도, 가사도, 주지도(손가락섬), 양덕도(발가락섬), 잠두도, 솔섬, 곡섬, 각흘도, 마도 등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잔뜩 흐린 날씨에 해는 모습을 감추었다. 일몰을 기대하기가 힘든 날씨, 사람들을 뒤로 하고 혼자 전망대로 올랐다. 바람은 점점 거세어지고 쌓인 눈이 얼어 전망대 가는 길에서 몇 번이나 미끄러지기를 반복하고 나서야 겨우 전망대에 올랐다.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그 어떠한 것도 없었다. 사진기로 겨우 얼굴을 가리고 지력산에 물든 붉은 노을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단 1분도 서 있기가 힘들어 서둘러 산을 내려오는데, 해가 잠시 고개를 내밀었다, 카메라를 급히 세팅하는 순간 얄밉게도 해는 다시 사라져 버렸다. 불과 5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이었다.

 

다시 일몰전망대로 오니 사람들은 저마다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아쉬움도 잠깐,  흥겨운 진도 북춤과 강강수월래 공연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남도 특유의 구수한 가락과 춤사위에 너나 할 것 없이 하나가 되었다. 타오르는 불 앞에서 저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 소망을 빌었다.

 

여섯 살 아이도 허리를 굽히며 소원을 빌고 있었다.

“지아는 무슨 소원을 빌었어?”

“응, 백 살까지 살게 해달라고.”

“백 살, 지아만.”

“아니, 우리 가족 모두 다.”

“건데 왜 백 살까지 살게 해달라고 빌었지?”

“아니, 사실은 99살까지 살게 해달라고 빌었어.”

“왜?”

“백 살까지 살면 거인이 될 것 같아서 .......”

 장도, 양덕도(발가락섬), 상방고도, 하방고도, 소장도-왼쪽 앞부터

진도의 세방낙조는 차로 접근하기 편하고 아직 찾는 이가 그렇게 많지 않는데다 다도해의 섬풍경이 일품이여서 일몰의 명소로 인기가 높다. 남도의 소리 가락처럼 구수한 낙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세방낙조에 이르는 지산면 가치리에서 가학리까지의 해안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명품 해안길이다. 


 

세방낙조는 중앙기상대가 ‘한반도 최남단 제일의 낙조 전망지’로 선정했을 정도로 이름난 일몰명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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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