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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섬

해도 달도 몰래 감추고 본 101년 하조도등대


 

해도 달도 몰래 감추고 본 101년 하조도등대

 

해는 이미 섬을 떠난 지 오래되었다. 등대로 가는 어둑어둑한 길을 더듬어 갔다. 조금 지나면 이 길도 차로 편안히 다녀갈 수 있도록 길 공사가 한창이었다. 어스름이 짙게 깔릴 무렵 등대에 도착하였다.

 

길은 진창이었지만 이런 길조차 고마운 저녁이었다. 걸쭉한 입담을 가진 선술집 아주머니는 등대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고 하였다. 예전에는 등대에 가려면 배를 타고 가거나 아니면 험한 산길을 걸어가야만 했다고 한다.

 

등대까지는 걸어서 두어 시간. 4Km. 그다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길이다. 혼자라면 망설이지 않고 걸어갔을 이 길, 어린 딸아이를 생각해 차를 가지고 갔다.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가는 이 길, 어둠이 소복소복 내리는 이 길을 걷고 싶다는 충동이 계속 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렴 어떤가. 편리하면 영혼을 조금 내어주면 되고, 불편하면 몸이 조금 수고로우면 그만이다. 구불구불 울퉁불퉁 해안길을 한참을 달리고 나니 등대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점점 떠있는 섬들만이 함께 할 뿐 등대에는 아무도 없었다. 등대는 우리나라 서남해 연안 해역에서 가장 조류가 센 장죽수도長竹水道의 가운데에 있다. 등탑의 높이는 12m로 서해와 남해를 연결하는 요충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하조도 등대는 1909년 2월 1일 조선총독부 체신국의 관리 아래 처음 등대에 불을 켰다. 그 후 1953년 5월에는 안개 등으로 시야가 좋지 않을 때 음향을 이용하여 위치를 알려주는 무신호기가 설치되었다.


 

지금도 등대 주위에는 당시 사용했던 무신호기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음향을 일정 방향으로 내보내는 에어사이렌 나팔, 전기혼 등 시야가 좋지 않을 때 사용했던 각종 장치들이 있다.


등대가 서있는 이곳은 폭이 좁고 유속이 빠른 곳으로 알려져 있어 선박이 안전하게 통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였다. 이곳을 통과하여 남으로는 여수․부산까지, 북으로는 군산․인천 까지를 왕래하는 중요한 뱃길이었다.

 

그 중요한 뱃길인 하조도 북동쪽 끝에 등대가 있다. 아름다운 다도해 풍경과 기암절벽이 한데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 아름다움에 뱃길의 안녕도 잠시 제쳐두고 말 풍광이다.

 
 

날은 이미 저물었지만 등대 뒤의 정자에 올랐다. 멀리 진도, 상조도, 장죽도, 갈마도, 사자도, 불무도, 독거도, 죽항도, 강대도 등 수많은 섬들이 등대를 호위하듯 떠있었다. 등대가 불을 밝히기 시작하였다. 해는 등대의 불빛을 피해 사라진지 이미 오래되었다.


 

등대를 나와 어둠 속을 더듬어 포구로 나왔다. 선술집 아주머니의 넉살을 들어주며 술잔을 기울이다 휘영청 달이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등대 불빛이 하도 강렬하여 달빛마저 고개를 떨구었다. 하조도 등대는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창유리 1-1번지에 있는 등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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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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