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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섬

한 송이 연꽃보다 아름다운 섬. ‘연화도 ’



 

한 송이 연꽃보다 아름다운 섬. ‘연화도 ’
-통영8경을 자랑하는 다도해의 중심. '연화도'


 

 섬. 세상의 끝이자 일상이 시작되는 곳이다. 뭇사람들은 일상의 남루함을 벗어 던지려 세상의 끝에 서고 섬사람들은 버릴 수 없는 일상의 고단함을 애써 지우며 하루를 시작한다.

연화도 뱃길에서 본 외부지도
 

 통영에서 뱃길로 40여 분을 달리면 연화도가 있다. 바다 위에 떨어진 연꽃 한 송이처럼 섬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통영8경에 당당히 속하는 용머리해안을 굳이 뽑지 않더라도 연화도는 뭇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동두마을과 가운데의 잘록한 돼지목과 만물상. 이곳에서 해안 산길이 시작된다.

 선착장에서 섬의 끝인 진등에 먼저 올랐다. 이곳에는 섬마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빨래터가 있다. 옛날 섬에 가뭄이 심해지면 마을 아낙들은 빨랫감을 머리에 잔뜩 이고 이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마을의 우물이 메말라버려도 이곳 진등의 빨래터는 사시사철 물이 넘쳤다고 한다.

동두마을 해변에서......뚜렷한 소지도와 오른쪽 소매물도, 소지도 뒤 매물도가 어렴풋이 보인다. 통영에서 사온 충무김밥은 언제나 섬여행 최고의 점심 식사이다.

진등가는 길
 

 진등은 섬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락 밭이 산비탈에 층층 일구어져 있고 염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수풀이 우거진 외진 곳이다. 진등, 들물강정, 강정. 제각기 섬의 지명을 나타낸다.


 동구마을과 진등 일대. 왼쪽 비진도(거제 방면)와 오른쪽 소매물도가 보인다.

 진등 고갯마루에서 보면 통영8경의 하나인 용머리해안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 흔히 용머리해안은 보덕암 방향에서 볼 때 장관을 이루지만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진등에서 보는 용머리도 또 다른 풍광을 안겨준다.

바위 능선에 바람이 심하게 불다.
 
용머리해안. 통영팔경의 하나이다.

 

  진등 아래의 동두마을 해변에서 잠시 요기를 하였다. 해변에는 아내와 나 그리고 여섯 살 딸아이만 파도 소리를 들을 뿐이었다. 해변을 독차지한 우리들은 느긋한 휴식을 취한 후 본격적인 섬 순례를 하였다.


 

 이름도 재미있는 돼지목에서 산을 올랐다. 산책로 정비 공사가 한창이다. 가파른 산길은 호흡이 채 가프기도 전에 능선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시원하다. 장쾌하다. 망망대해가 펼쳐지는가 싶더니 용머리해안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기기묘묘한 만물상의 바위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고 해안절벽은 끝없이 바다 깊숙이 박혀 있다. 그 사이로 보이는 용머리해안의 절경에 다들 입을 다물지 못한다. 여섯 살 아이가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이야!!!” 아이의 눈에도 절경은 절경인가 보다.


 

 용머리해안의 문등여와 진등 일대의 해안 바위들은 이미 낚시꾼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볼락, 농어, 돌돔 등이 많이 잡힌다고 한다. 돼지목에서 문등여로 가는 산길이 벼랑 끝으로 나 있으나 로프를 이용해 간신히 올라설 수 있어 지금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문등여에서 용머리를 거쳐 조금패강정에 이르면 거북바위와 외돌괴 벼랑 끝의 천년송을 볼 수 있으나 길은 없고 다만 어선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기암절벽 위의 보덕암과 연화산 정상인 깃대봉, 멀리 초도가 보인다.
 
보덕암가는 길. 좌사리도가 어렴풋이 보인다.
 

 능선에 서니 바람이 심하게 분다. 망부석과 아들딸바위가 있는 만물상을 거쳐 해안능선을 따라 산길을 걷는다. 섬이 용처럼 길어 좌우로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구름다리가 놓인 벼랑 봉우리에 서니 바람이 거세게 몰아친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건 어쩔 도리가 없는 일. 조심스레 벼랑을 내려왔다.



 

 보덕암과 연화산 정상이 한 눈에 보이는 바다로 불쑥 몸을 내민 무시뿌리에 이르니 외국인 세 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한 후 사진을 찍었다. 연화도의 아름다움을 전파할 이들이 아니겠는가. 산길은 아들딸바위, 대바위, 무시뿌리를 지나 합목, 덕안끝, 솔다랑 인근에서 다시 도로와 합류하게 된다.


 
보덕암에서 본 용머리
 

 지친 아내와 아이는 합목에서 차로 보내고 혼자 산길을 올랐다. 십리골. 이 작은 섬에서 유일하게 긴 골짜기이다. 여행자의 눈에는 그다지 길지 않아 보였으나 이곳 섬사람들의 눈에는 제법 긴 골짜기였음에 틀림없다.


 
 

 연화사를 지나 보덕암에 이르자 용머리해안이 한 눈에 들어오고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가 눈을 시리게 한다. 사명대사가 수도를 하였다는 토굴 터를 지나니 금세 연화산 정상이다.


우도와 추도(가운데), 고성군(오른쪽)이 어렴풋이 보인다.

 연화도는 작은 섬이지만 연화사, 보덕암, 실리암 등 3개의 사찰과 암자가 있다. 이는 섬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교와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사명대사가 남해 보리암에서 수도하고 있을 때 사명당을 찾아 헤매던 보운, 보월, 보련 세 여승과 상봉하게 되었다. 이들은 이것을 불연의 인연이라 보고 연화도 깃대봉 토굴 터에서 수도 정진하여 득도하였다고 한다. 후에 이 섬에서 도를 닦던 연화도사가 죽음에 이르러 앞바다에 수장해 달라고 유언을 하였다. 수장한 그 자리에 한 송이 연꽃이 피어올랐다 하여 ‘연화도’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초도와 욕지도
 
하노대도, 상노대도, 두미도(제일 뒤)
 

 이곳에 서면 한려수도의 섬들이 장관을 이룬다. 우도, 비진도, 소덕도, 가덕도, 소매물도, 국도, 좌사리도, 초도, 욕지도, 두미도, 수우도, 사량도, 만지도, 한산도, 용초도.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야말로 섬의 천국이다.


오른쪽부터 내부지도, 연대도, 학림도, 왼쪽 뒤 불쑥 솟은 산이 통영 미륵산이다.

왼쪽부터 외부지도, 오곡도, 한산도, 비진도(오른쪽 두 섬)

 이곳에서 일몰을 보려 했으나 마지막 배로 섬을 떠나야했기에 아쉬움을 접고 부두로 향했다. 해가 바다로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부두로 나아갔다. 바다의 일기는 예상할 수가 없다. 아니 예상 자체가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가운데의 소지도, 뒤 매물도, 오른쪽 소매물도와 등대섬

 
십리골의 민가
 

 작은 배들이 선착장을 드나든다. 해가 점점 붉어지더니 뚜렷한 원형을 만든다. 기대가 커진다. 이 같은 날씨라면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 되리라. 그러나 기대도 잠시. 구름이 좋던 하늘은 이내 두터운 구름층을 형성해 버린다.


 연화산 정상에서 본 용머리. 아래 기와 지붕이 사명대사 토굴터이다. 왼쪽 끝 비진도 일부와 소매물도가 아득히 보인다.

  해는 구름 깊숙이 들어가더니 이내 모습을 감춰버렸다. 아주 잠깐. 다시 모습을 드러낸 해는 구름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다. 어둠이 왔다. 갈매기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른다. 달이 떴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