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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고속도로에서 구름을 담다.




 

고속도로에서 구름을 담다.


고속도로에서 차량 뒷좌석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차의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혼자 떠나거나 같이 가더라도 운전은 나의 책무인양 나의 손은 언제나 핸들에 꼭 묶여져 있었지요. 차~암, 그런데 승용차 뒷자리 사람 바보 만들더군요. 앞도 제대로 볼 수 없고 앞 자석에 앉은 사람들끼리 이야기라도 하면 왕따가 따로 없으니 말입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책을 읽거나 옆 창문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것 밖에 없더군요.


고속도로를 달리다 대청호에서 잠시 쉬다.


 하는 수 없이 창밖을 보는데 구름이 참 좋더군요. 요즈음 구름이 서서히 자태를 뽐내기 시작하는 시기이지요. 올해는 장마가 길어 아직 만족할 만한 구름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데요. 아마 조만간에 1년 중 가장 황홀한 구름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네요.



 

 고속도로를 달리는 건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버스라도 탔다면 노변 풍경을 즐길 수 있겠지만 땅에 붙어가는 승용차에서 볼 수 있는 건 건조한 도로와 시야를 가리는 앞사람의 얄미운 뒤통수, 간혹 투덜대는 이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작은 창으로 보이는 하늘이 전부였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네비게이션이 창문에 비쳐 사진에 나오고 말았다.

 

 ‘오창’쯤 이었던 걸로 기억이 되네요. 무료함을 달래려 자리에 비스듬히 기대다 하늘을 보게 되었습니다. 구름이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더군요. 평소 같으면 ‘이 정도 구름이야 뭐’하며 대수롭게 넘겼겠지만 이날은 구름이 너무 반갑고 고맙더군요.


 어둠이 내린 고속도로 달리는 차 안에서 찍으니 사진은 역시 심하게 흔들리고 말았다.

 

 카메라를 끄집어내었습니다. 시간은 저녁 6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구름도 좋고 빛 때도 좋았지만 달리는 차 안이라 흔들림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초점도 맞추기 어렵고 방음벽과 산들이 가로막아 촬영이 쉽지는 않더군요. 차체가 낮아 하늘을 찍으려면 아예 드러눕거나 라이브 뷰를 활용해야 했습니다.


뒷좌석에 앉아 피어오르는 먹구름을 잡았으나......

 

 누군가 보면 파파라치나 정신 나간 얼간이로 보기에 딱입니다. 그러나 나로서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최상의 선택이었습니다. 역시 무슨 일이든 바동대야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가봅니다.


 

 대청호에 잠시 들러 바람을 쐬었습니다. 이곳의 구름도 예술입니다. 흔들리는 차에서 셔터를 누르다 듬직한 땅 위에 서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구름이 좋아 멋진 노을도 기대되었지만 다음 여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여행은 늘 사진을 필요로 하지만 사진이 여행의 전부는 아니겠지요.


 

 남쪽으로 내려오자 흰 구름이 먹색으로 바뀌었습니다. 멋진 노을을 기대했던 마음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덕유산에 이르자 구름인지 산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구름이 산이 되고 산이 구름이 되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 사진에 담을 수 없어 마음에 희미하게나마 간직하였습니다.


덕유산 휴게소에서 어설픈 고속도로 사진 여행은 끝이 났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