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시죠? 저는 낮잠 즐기는 행복한 개랍니다.
강원도 수타사를 갔습니다. 날씨가 허벌나게 더운 날이었지요.
사찰을 구경하다 잠시 더위를 피할 겸 승방 마루로 다가갔습니다.
시커먼 개 한 마리가 팔자도 좋게 네 다리를 늘어뜨리고 오수를 즐기고 있더군요.
"찰칵 찰칵"하는 소리에 잠시 잠을 깨는가 싶더니 다리를 모은 채 다시 잠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참 생긴 꼬락서니는 별로인데 낮잠자는 폼이 여간 부럽지 않습니다.
개가 부럽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깊이 잠이 들자 얼굴마저 평온해졌습니다.
오뉴월 더위는 개마저 극락으로 이끄는가 봅니다.
저 평온한 얼굴, 달관한 표정. 여행자도 개 옆에 눕고 싶어졌습니다.
개가 사진찍는 나에게 개소리(?) 한마디를 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 찍느라 니들이 고생이 많다.'
차가운 마룻바닥에 볼을 착 붙이고 양다리를 모은 채 자면 얼마나 시원할까요.
이따금 들리는 풍경 소리와 스님들의 염불 소리는 멋진 자장가가 되겠지요.
오늘같이 더운 날, 강원도의 깊은 산사에서 낮잠을 즐기던 개 한 마리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
'이야기가 있는 여행 > 또 하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속도로에서 구름을 담다. (15) | 2009.08.19 |
---|---|
국가명승지 명옥헌을 망치는 사진가들과 일부 관광객들 (19) | 2009.08.13 |
신비의 바위꽃 '석화'를 보셨나요? (7) | 2009.07.29 |
집 앞에서 즐긴 여름 꽃 여행 (7) | 2009.07.20 |
두륜산 대흥사에서 놓치기 쉬운 거대한 와불 (19) | 2009.07.09 |
이름없는 한 국민이 남긴 추모글 (6) | 2009.06.15 |
소나무에서 뽕나무가 자란다? (3) | 2009.06.14 |
노건평씨 호화 골프연습장 직접 가보니 (373) | 2009.06.09 |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한 주말 봉하마을 (101) | 2009.06.08 |
노무현님을 추모하는 슬픈 여행 (8) | 2009.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