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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여섯 살 딸아이의 첫 출사

 

 여섯 살 딸아이의 첫 출사


구속된 자 한 명, 자유로운 자 두 명
이제는 달라졌다.
구속된 이 둘, 자유로운 이 하나
딸아이가 카메라를 갖게 된 후 여행길에서 아내가 한 말이었다.



 




아이가 카메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세 살 즈음이었다. 휴대폰 폰카를 즐겨 찍던 아이는 네 살 때부터 나의 카메라를 넘보더니 다섯 살이 되고 나서는 내가 쉬는 동안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하였다. 아이가 들기에는 만만치 않은 무게에도 불구하고 사진찍는 재미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작년 여름부터 카메라 타령을 하더니 자기 생일이 다가오자 노골적으로 카메라를 사달라고 하였다. 차일피일 미루다 세뱃돈이 제법 모여 아이가 다시 조르기 시작했고 더 이상 둘러댈 수도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카메라는 제일 저렴한 것을 택하였다. 몇 일만 연습하면 아이더라도 기능을 다 익힐 수 있는 아주 단순한 똑딱이를 골랐다. 아이는 기쁜 나머지 카메라를 머리맡에 두고 그날밤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사진 찍으러 가자고 난리다. 어디를 갈까. 아이는 미술관을 가자고 한다.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을 다녀온 후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바다와 미술관, 벽화, 케이블카도 탈 수 있는 통영으로 가자. 이날 만큼은 아이 위주로 여행지를 선택하였다. 아이는 바쁘다. 잠시라도 쉬지 않고 셔터를 누른다. "어이쿠, 이제 둘이서 난리네. 영혼이 구속된 자가 둘로 늘었구만." 급기야 아내가 한마디 한다.


 


"ㅇㅇ아, 샷을 너무 남발하지 마라."
"아빠, 샷은 뭐고, 남발은 뭐야."
"어, 카메라를 자주 찰칵하지 말라고. 무조건 찍지 말고 먼저 이리저리 둘러보고 꼭 찍고 싶은 것만 찍으라고."
그래도 아이는 샷을 남발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딸아이는 아직 왕초보인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는 걸 내가 잊고 있었다.
당분간은 아이의 사진에 대해 관여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아이의 눈에는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가공되지 않은 사진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아가씨들이 한마디 건넨다.
" 어, 장난감 아니네, 진짜 카메라야."
신기한지 자기네들끼리 쑥덕거린다.


아이는 한글은 곧잘 쓰는데도 이제 막 여섯 살이라 컴퓨터 자판이 서투르다.
조만간에 아빠처럼 여행기를 쓴다고 하니 내심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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