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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도시군밤과 시골군밤 무엇이 다를까?

도시군밤과 시골군밤 무엇이 다를까?
-참나무만을 고집하는 군밤장수 할아버지


 
  흔히 외율煨栗이라고도 하는 군밤은 우리의 유용한 간식거리이다. 다산의 생가인 여유당을 나와 주차장을 향하는데, 아내가 군밤을 사자고 한다. 평소에 군밤을 즐기는 나였지만 이른 아침부터 먹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일단 아무말 없이 군밤장수에게 갔다. 나중에 아내가 말했다. 날씨가 추운데 할아버지가 군밤을 파느라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사기로 마음 먹었다고. 나는 자유로운 삶을 최우선에 두고 있기 때문에 아내의 일에 대하여 여간해선 관여하지 않는다. 단 하나 관여했던 게 있다면 시장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였다. 아내의 입장에선 한 푼이라도 살림에 보태야 겠지만 할머니들이 힘겨워하면서 손주의 용돈이나 생계를 위해 배추나 상추를 일,이천원씩 파는 걸 깍는 심사는 나로선 불편하였다. 좌판에 있는 걸 모두 다 판들 몇 푼이나 되겠는냐는 생각에 아내에게 다음부터 깍지 말라고 하였다. 그후 아내는 할머니들이 파는 좌판의 야채들은 절대 깍지 않는다.



  흔히 밤의 종류는 13종으로 분류하고 한국, 중국, 유럽, 미국밤의 4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밤은 대개 중국산이다. 과실이 작지만 당도가 높아 군밤으로 많이 소비되는 '천진율, 판율'로 불리는 밤이다. 군밤을 즐겨먹는 나는 휴게소에서 종종 사먹는다. 군밤마저 기업화되니 요즈음 군밤장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도시에서도 간혹 눈에 띄긴 하지만 오늘처럼 우연잖게 마주친 것은 오랫만이다.


  아내가 군밤을 사는 동안 난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었다. 추운 날씨에 고생이 많으시다는 인사말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군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파는 군밤이 얼마나 맛있는지를 강조하더니 내가 평소에 잊고 있었던 도시군밤과 시골군밤의 차이를 이야기하였다. 군밤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물론 군밤에 적절한 품종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할아버지는 군밤을 굽는 연료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도시의 군밤장수들이 군밤을 구울 때 쓰는 연료는 대개 가스불이다. 그에 비해 할아버지가 쓰는 군밤의 연료는 참나무였다. 철판을 통해 전달되는 열기를 통해 익는 밤인데, 연료의 차이가 뭘 그리 대수롭겠는가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으나 분명 맛의 차이는 있었다. 다같은 철판을 이용하더라도 참나무 숯향이 배인 것과 가스불로 구워먹는 삼겹살은 완전 맛이 다름을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군밤을 팔기 위해 새벽부터 분주하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군밤이 맛난 이유는 편리한 가스불을 마다하고 참나무만을 고집하는 장인정신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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