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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울고 싶을 때 떠나라! 간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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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는 생명의 바다다. 질긴 갯벌에 푹푹 빠지는 발과 장엄한 서해낙조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어 행복한 곳이다. 이번 여행지는 간월암이다. 궁리포구에서 방조제를 타고 96번 지방도로 길을 잡는다.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간월호가 더없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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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 이제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천수만 간척으로 육지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밀물 때에는 걸어 들어갈 수 없는 섬이지만 바닷물이 빠지면 걸어서 암자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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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간월도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일행들은 먼저 보내고 혼자 차를 내렸다. 갯벌을 걷고 싶어서였다. 바닷물이 빠지자 드넓은 갯벌이 눈 앞에 펼쳐져 차창으로 스치기에는 너무나 아쉬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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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바닥이 제법 단단하다. 물이 빠진지 오래인 모양이다. 수평선 사이로 할머니 한 분이 무언가를 줍고 있다.

"할머니, 무얼 그렇게 주우세요?"
"ㅇㅇ고동"
"예, 뭘 줍는다고요?"
"뻐리고동"
"아. 뻘고동. 말이죠"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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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고동(둥)들이 천지다.
"할머니. 사진 한 장 찍을께요."
"뭐할려구."
"그냥. 고동 줍는 모습이 좋아서요. 할머니는 하시던대로 고동만 주우면 됩니다."
"그려. 그럼. 찍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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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들도 산보를 한다. 사람이 다가가도 전혀 거림낌없이 무언가를 열심히 주워 먹고 있다. 잿빛하늘과 칙칙한 바다가 갯벌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었다. 햇살이 없으니 갯벌이 한결 태초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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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을 가까이서 보니 실망 그 자체였다. 장엄한 낙조는 흐린 날씨로 기대조차 할 수 없는데다, 시멘트로 온통 암자를 둘러 쌌다. 담장에는 관광객들의 낙서가 어지럽고 소원을 비는 소원지만 바람에 나부낀다. 일행 중 누군가가 한마디 하였다.
 "참 쥐박스럽군."

또 다른 일행이 한마디 거든다.
"홀연히 도를 깨우치기는 커녕 홀연히 사라지고 싶구만."

울고 싶을 때 간월암에 오면 아마 펑펑 눈물을 쏟으리라.
조용한 섬의 암자로만 상상해왔던 간월암.
무지막지한 콘크리트 위에 선 암자를 보니 마음이 슬퍼진다.

바다 가운데에 있어 파도를 막아야겠지만
암자라는 사색과 참선의 공간을 염두에 두고 불사를 한다면 이런 황당함은 겪지 않아도 될텐데.....

수십여 군데의 암자를 여행하였지만 이렇게 참담한 적은 없었다.
건축이라는 건 눈에 보이는 인공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 정신의 외형적 구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절집과 같은 종교적 건물은 더욱 그러하다.

붐비는 인파에 씁쓸한 마음까지 겹쳐 서둘러 암자를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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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看月庵. 이성계의 왕사인 무학대사가 이곳에 암자를 짓고 수도하던 중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다 하여 암자 이름을 간월암이라 하였다. 섬이름도 후에 간월도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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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간월암을 피안사彼岸寺로 불렀다고 한다. 밀물 시 물 위에 떠있는 한송이 연꽃이나 한 척의 배와 비슷하다 하여 연화대蓮花臺 혹은 원통대圓通臺라 부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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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차면 배를 타고 암자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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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은 암자보다는 주위 풍광이 한 몫을 한다. 갯벌. 낙조. 갈매기. 바람. 소나무. 달.
여기에 관광단지를 조성한다고 한다. 새로운 단지를 건설하기에 앞서 간월암이 주위풍광과 어울리는 암자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먼저 힘을 쏟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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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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