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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제2의 석굴암 '다솔사 보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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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은 언제나 호젓하다. 겨울 암자의 쓸쓸함도 좋으려니와 여름 암자의 적막함도 그러하다. 조붓조붓한 산길을 따라 걷노라면 어느덧 무념의 경지에 이른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고 나서야 진정한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작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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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암 가는 산길

보안암 가는 길도 무념의 길이다. 다솔사 뒤로 난 오솔길로 접어들면 길은 평평하다. 산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 숲길에 접어들면 아무런 생각도 어떠한 형체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그저. 다만. 걷고 있다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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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암 가는 길에 남해바다가 멀리 보인다.

숲이 하늘을 가린 이 길을 십여 분쯤 걸었을까. 널찍한 널돌들이 길을 막고 있다. 잠시 쉬어가라는 뜻일 게다. 널돌에 덥석 주저 앉았다. 순간 "아!" 는 짧은 감탄이 나온다. 듬성듬성한 산동네 너머로 멀리 남해 바다의 섬들이 눈에 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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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꽃이 피었다.

바다가 이렇게 지척에 있을 줄은 몰랐다. 산중의 깊은 암자로만 여겼던 나로서는 적잖이 당황하였다.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이 길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싸리꽃이 솔숲 그늘에 은은한 자줏빛을 토하고 있다. 어릴 적 아버지는 이 낭창낭창한 가지로 지게 바지개(발채-소쿠리 모양으로 지게에 얹어 짐을 싣는 물건))를 만들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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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암 해우소 쓰레트지붕으로 어설프지만 소박함이 느껴진다.

평탄한 길이 암자 앞에 이르자 널돌이 깔린 너덜지대로 바뀐다. 조금은 가파르지만 숨 한 번 쉴 정도의 시간도 흐르지 않아 암자마당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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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암의 축대

성벽처럼 두터이 쌓여 있는 축대의 위압감에 눌려 마음을 한번 여밀 수 밖에 없다. 절집으로 가는 온갖 문들이 없더라도 이 돌벽 아래애서 옷깃을 여미어야 부처의 땅에 이를 수가 있다. 푸르다 못해 검은 이끼가 억겁의 세월을 드러낼 뿐 암자는 적막감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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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암암 석굴 외부

절마당은 다소 어수선하다. 기와가 여기 저기 쌓여 있고 물배관이 구불구불 어지러이 널려 있다. 해가 넘어가자 스님의 저녁 예불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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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은 뒷산의 경사면을 'ㄴ'자 모양으로 파낸 자리에 널돌을 차곡차곡 쌓아 만들었다. 이 널돌은 점판암으로 결 따라 깨진 조각이여서 별도로 다듬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없다. 암자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다. 석굴의 크기는 정면 9.4m, 측면 6.6m, 높이 3.5m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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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내부와 석조여래좌상

이 석굴은 고려 말에 승려들이 수행하기 위하여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석굴 안에는 석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고 16나한상이 좌우에 안치되어 있다. 나한상은 제각기 다른 모습인데, 오른쪽의 1구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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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채 비와 바람만 피할 것 같이 낡고 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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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군위삼존석굴'을 제2의 석굴암이라 한다. 실제 안내판에도 그렇게 되어 있다. 그러나 군위석굴은 천연절벽의 자연동굴을 약간 확장한 것으로 이곳 보안암처럼 건축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경주 석굴암도 인공석굴임을 감안한다면 다소 투박하지만 돌을 쌓아 만든 보안암이야말로 제2의 석굴암으로 불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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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석굴암이 귀족적이라면 보안암석굴은 민중적이다. 세련된 미의 극치인 석굴암의 불상에 비해 보안암의 그것은 질박하다. 그러나, 석굴암이 보는 이를 부담스럽게 하는 데 비해 보안암은 편안하게 해준다. 격식이 없는 동네아저씨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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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사 보안암석굴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39호로 지정되어 있다.

다솔사 보러 가기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33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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