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남해 맞아, 이렇게 푸른 숲이!
-섬 속의 육지, 남해편백자연휴양림
남해군하면 흔히 섬을 먼저 떠올린다. 푸른 남해 바다가 품고 있는 금산과 보리암, 한려해상의 수려한 경관과 아름다운 해수욕장들, 가천 다랭이논 등을 생각하게 된다. 남해 섬 어디를 가도 바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금세 알게 된다. 잠시라면 모를까 아예 바다를 볼 수 없는 곳이 남해에 있다고 하면 거짓말로 여길 것이다.
남해섬 속의 섬, 창선도에서 죽방렴으로 유명한 지족해협을 건너면 삼동면 소재지이다. 소재지를 지나 물건 미조 방면의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독일마을에 이르기 전에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언덕을 넘어 곧장 바닷길을 달리면 물건․미조 방면이고 오른쪽 마을길로 접어들면 깊은 골짜기로 빠지게 된다.
삼동면 봉화리에 이르면 제법 너른 들판이 나온다. 남해섬 다른 지역에서도 이따금 논과 밭을 볼 수 있으나 늘 바다는 끼게 마련인데, 이곳에서는 바다를 전혀 볼 수 없다. 잠시 주춤하던 길은 바다라고는 볼 수 없는 깊은 골짜기로 접어든다. 내산저수지에 이르면 골은 더욱 깊어지고 울창한 숲이 나타난다. 호숫가 언덕에는 바람흔적미술관과 나비생태공원이 있어 지나가는 여행객들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호수의 끝자락에 숲길이 보이고 그곳에서 멈추면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이다. 1998년에 개장한 휴양림은 산자락에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와 소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편백에서는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므로 삼림욕을 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다.
입장료는 1,000원이었다. 어린이는 300원. 이 정도의 요금이라도 내어야 숲에게 조금이나마 덜 미안할 듯했다. ‘숲속의 집’이라는 숙박시설은 저마다 대초도, 장구도, 노도, 추도 등으로 불리고 있었다. 남해다운 발상이다.
전망대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숲 사이사이로 간간이 섬 이름을 가진 통나무집들이 보인다. 자연스럽다. 마지막 대초도에 이르자 시멘트길이 끝났다. 이곳부터는 비포장길, 여행자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먼지가 폴폴 날리더라도 상관없다. 그저 발에 감기는 흙의 그 느낌만으로 충분히 감사하다.
짙은 숲의 향기가 코를 서서히 자극한다. 숲을 흘러내리는 개울은 무척이나 맑았다. 햇빛이 번득거리지 않았다면 물의 존재도 까마득히 모를 뻔했다. ‘음~’ 앞서가던 아내와 아이도 두 팔을 양껏 벌려 숲의 기운을 들여 마신다. 아주 긴 호흡으로.
길이 한 번 크게 휘어지더니 두 갈래로 나왔다. 전망대 가는 길이다. 아랫길로 타박타박 걸었다. 따가운 햇살이 숲을 뚫고 간혹 길에 드리웠지만 나무가 내뿜는 그 시원한 공기만은 어찌하지 못했다.
전망대 1.3km. 푸른 숲 사이로 전망대 가는 오솔길이 나왔다. 비탈길을 보자 아이가 가기 싫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대신 잘 조성된 편백나무 산책로를 걷기로 했다. 산책로는 400m 정도이고, 주차장을 지나 산림문화휴양관으로 가면 산림체험코스가 1km 남짓 있다. 어디를 가도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산책로는 편백숲 사이로 나 있다. 숲길에 들어서서 숨 한 번 내뱉고 나면 계곡길이다. 졸졸졸 흐르는 맑은 계곡물 곁을 걷노라면 손을 담그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아이는 끝내 참지 못하고 계곡으로 내려갔다. 잠시 손을 담그더니 방긋 웃는다.
숲이 주는 싱그러움은 늘 감사하다. 이곳의 편백나무는 수령이 그다지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이웃 나무들과 함께 숲을 이루다보니 나이 따윈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듯했다. 어려도 함께하니 옹골찬 숲이 되는 것이다.
휴양림에는 숲속의 집, 야영장, 숲 탐방로, 물놀이장, 어린이놀이터, 숲속 강의실, 일출전망대, 산책로, 등산로, 잔디마당, 체력단련시설 등이 있다. 휴양림 바로 밑에 낚시가 가능한 내산저수지가 있고, 나비생태공원, 바람흔적미술관이 호숫가에 있다.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르면 금산 보리암이 있다. 숲 해설프로그램과 목공예체험, 와이어 나무공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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