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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경

하늘이 도와야 볼 수 있는 신비의 섬, 백도



하늘이 도와야 볼 수 있는 신비의 섬
백도

여수에서 114km, 뱃길로 두어 시간 걸리는 거문도. 이곳에서 다시 동쪽으로 28km 떨어진 곳에 신비의 섬이 있다. 백도이다. 섬은 상백도, 하백도로 나누어져 약 39개의 무인군도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이 깎아 놓은 기기묘묘한 형상의 이 섬은 신도 빚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배에서 본 백도, 이날 파도가 높아 사진 찍는데 애를 먹었다

거문도 여행 첫날 백도로 바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날씨는 따뜻했으나 하늘이 잔뜩 흐렸다. 사진을 찍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아 백도 행은 다음날로 미루고 등대가 있는 서도로 향했다. 이튿날 아침 선착장이 분주했다. 여수에서 방금 들어온 여객선에선 승객들이 오르내리고, 여객선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추어 백도로 향하는 유람선에선 연신 방송을 해댄다.

130m 백도 최고봉에 있는 1938년에 세운 백도 등대

파도가 심상치 않다. 고도, 서도 , 동도 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거문도 본섬에 둘러싸여 호수처럼 잔잔했던 바다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배가 섬을 빠져나오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배가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파도에 유람선이 휘청하자 배안은 이미 반 아수라장이 되었다. 생각보다 높은 파도에 겁에 질린 여자승객, 봉지를 달라고 소리 지르는 승객과 아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승객들, 그나마 눈을 꼭 감고 입을 앙다문 승객 몇몇이 가장 나은 축이었다.

형제바위

삼부도를 지나 큰 바다로 나오자 파도는 더욱 거세어졌다. 섬 여행을 자주 다닌 여행자가 보기에도 파도가 높아 보였다. 선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심코 한마디 내뱉는다. “오늘 정도면 관광하기에 딱 좋은 날씨이지라. 파도도 적당하고.... 뭍에서 온 사람들이야 놀라기는 하지만요.” 유람선은 파고가 2.5m 정도면 출항을 하지 않는데 오늘 파고는 1.5m 정도라고 덧붙였다. 다만 오후에는 파도가 3m를 넘을 수 있다고 곁에 있던 여행자에게만 넌지시 이야기했다.


그렇게 한 시간여를 달리자 수평선 너머로 희미하게 섬들이 보였다. 처음에는 하나둘 보이더니 나중에는 수병들이 열병식을 하듯 한 줄로 늘어선 섬들이 점점 위용을 드러내었다. 얼핏 보기에도 섬이 수십 개는 되어 보였다.

가마우지

유람선은 상백도를 먼저 돌고 하백도로 향했다. 배 멀미에 만신창이 된 승객들이 안내방송에 맞추어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처음의 두려움도 잠시, 섬이 보여주는 환상의 풍경에 모두 탄성을 질렀다.

곰바위

여수까지 반나절, 다시 배를 타고 거문도까지 2시간 남짓, 거문도에서 다시 1시간. 이렇듯 인간의 수고가 있었다한들 하늘이 허락을 해주지 않았다면 이 절경을 온전히 볼 수 있었을까.

병풍바위

바다에 우뚝 솟은 130m 정도의 최고봉에 1938년 만들어진 백도 등대가 제일 먼저 눈길을 끈다. 이를 시작으로 형제바위, 물개바위, 삼선암, 시루떡바위, 병풍바위, 해바위 등 상백도의 절경이 차례차례 눈에 들어왔다.


상백도의 화려한 절경도 잠시, 탕건여와 옷섬을 지나면 여태껏 본 것은 예행연습에 불과하다는 걸 이내 깨닫게 된다. 그 순간 신선들이 다녀갔다는 하백도의 진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부처바위, 찾아보세요.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서방바위로 불리는 남근바위, 신선들이 다녀갔다는 신선바위와 신하가 하늘에서 내려올 때 도끼를 가지고 왔다는 도끼여, 원숭이바위, 거북바위, 각시바위, 부엉이바위, 석물바위 등 보는 내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홍도를 10개 정도 합쳐야 백도가 되겠지요. 육지의 금강산이 최고라면 바다에는 백도가 최고입니다.” 거리낌 없는 선장의 말에는 백도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백도라는 이름은 섬이 온통 하얗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과 섬이 백 개 정도라서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혹은 섬의 수가 100개에서 하나가 모자란 99개이기 때문에 ‘일백 백
’자에서 ‘하나 일’자를 빼 ‘백도白島’로 했다는 설도 있다.

서방바위


전설에 의하면 옥황상제의 아들이 아버지의 노여움을 받아 이 세상으로 귀양 왔는데 용왕의 딸과 눈이 맞아 바다에서 풍류를 즐기며 세월을 보냈다. 옥황상제는 수 년 후 아들이 보고 싶어 신하를 백 명이나 보냈는데 신하들마저 돌아오지 않자 아들과 신하들을 벌주어 돌로 변하게 하였는데, 이것이 크고 작은 섬인 백도가 되었다고도 한다.


백도에는 천연기념물 제15호인 흑비둘기를 비롯하여, 팔색조·가마우지·휘파람새 등 30여 종의 희귀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20여 종의 야생화, 353 종의 식물과 170여 종의 해양 생물이 살고 있는 백도는 기암괴석의 절경일 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보고이다.






각시바위







백도는 국가명승 제7호로 지정되어 있다


☞ 여행팁 백도는 거문도에서 배로 1시간 정도 걸린다. 요금은 29,000원이다. 여수에서 출발하여 거문도에 도착한 여객선 시간에 맞추어 운영되며 그 외에도 하루 수차례 유람선이 뜬다. 청해진해운 061-663-2824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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