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의 비경

숲길로 찾아간 우포늪, 철새들의 황홀한 비상



  

 

숲길로 찾아간 우포늪, 철새들의 황홀한 비상

안개 자욱한 주남저수지를 떠났다. 차창 너머로 늦가을이 지나갔다. 한 시간여를 달렸을까. 안개는 사라지고 햇살이 두터운 겨울 점퍼를 끝내 벗길 즈음 우포늪에 도착했다. 우포늪은 예전 몇 번을 다녀갔었다.

 

언제나 그랬다. 똑같은 여행지를 와도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연이다. 여행자에게 늘 매력적인 곳, 우포는 오늘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먼저 생태관을 들렀다. 우포늪을 찾게 되면 늘 먼저 들리는 곳이다. 우포늪의 풍경이야 눈에 담으면 그만이지만 그 속살을 들여다보려면 이곳을 지나칠 수는 없다. 사전 예습을 하지 않고는 우포늪을 제대로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생태관장인 노영호씨가 일행을 안내했다.

 

그는 특유의 몸놀림으로 우포늪에 대해 설명했다. 한눈에 보아도 인상이 좋은 사내는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몸짓을 마다하지 않았다. 여행자가 보기에는 약간 몸치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오히려 그 부자연스런 몸짓이 보는 이들에게 재미를 주고 관심을 끌어 이해를 도왔다.

 

생태관을 나와 우포늪으로 향했다. 앞서 가던 이들이 갑자기 되돌아 나왔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산길로 간다고 했다. 산길이 있었단 말인가. 우포늪을 수차례 왔었지만 산길은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여행자의 동공이 커졌다.

 

늦가을답지 않게 내려쬐는 햇살에 누런 소 한 마리가 길게 하품을 한다. 자전거대여소 뒤로 소롯한 산길이 보였다. 처음에 비탈이 있는가 싶더니 이내 솔숲이다. 청량하다. 여행자는 이런 산길이 좋다.

 

일행들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산길을 걸었다. 무성한 소나무만 있던 단조로운 길은 누런 활엽수가 간간이 섞이면서 가을로 들어간다. 굽어진 길모퉁이에 간이 쉼터가 있다. 멀리 우포늪 일대가 보인다.

 

우포늪 전망대에서 앞서가던 일행과 합류했다. 망원경으로 습지 일대를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우포늪의 전체 전경을 찍으려다 잠시 머뭇거렸다. 전망대가 통유리로 되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전망대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막아 두었다. 안전상의 문제로 그렇게 했을 수도 있으나, 보완을 해서 탐방객들이 야외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좋을 것이다.

 

쑥부쟁이가 소담하게 피어있는 층계를 내려오니 이내 우포늪이다. 역시 산길에 비해 목조 계단은 걷는 재미가 없다. 새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어마어마한 기러기가 떼를 이루고 있었다.

 

안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우포늪의 시야는 좋았다. 주남에서는 실루엣만 보았던 철새들을, 이곳에서 아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었다. 자연은 언제나 그랬다.

 

사람들은 모두 늪 가까이 다가섰다. 새들의 비상을 보기 위해서다.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을 아는지 새들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한 번에 나는 군무가 아니라 대여섯 마리의 새가 날았다 앉기를 반복하였다.

 

그렇게 두어 번, 더 이상 날지 않았다. 일행들은 이미 자리를 서서히 떠나기 시작했고 여행자의 마음은 착잡했다. 망원렌즈가 없으니 오늘 같은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를 일이다. 멀어져가는 일행을 곁눈질하며 기다렸다.

 

억새 사이로 사람들이 사라질 무렵, 수면 위에서 새들이 날아올랐다. 수면활주로를 탁탁 치며 발돋움하더니 하늘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여행자의 눈앞을 스치는가싶더니 이내 늪으로 빠져든다.

 

이만하면 만족이다. 늘 그렇지만 단체 이동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욕심을 채울 필요는 없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있고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이 있을 터이니....

 

하늘이 시리다. 아침에 안개가 짙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하얀 억새 사이를 걷는 연인들의 모습이 다정하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즈음 늪을 나왔다. 도라지를 파는 노부부의 모습이 우포를 닮았다. 한 봉지 살 걸 그랬나. 버스 안에서 괜스레 야박한 자신을 나무라본다.

 

우포늪은 우포, 쪽지벌, 사지포, 목포로 되어 있다. 기회가 된다면 4코스까지 있는 탐방로를 모두 걷고 싶다.



김천령의 여행이야기에 공감하시면 구독+해 주세요

▒ 김천령의 지역별 여행지 보기  (http://blog.daum.net/jong5629) ▒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김천령의 풍경이 있는 한국기행]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