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걷기 좋은 길 추천 8곳
2010년에 이어 2011년 걷기 좋은 길 8곳을 추천합니다. 대개 알려진 곳도 있지만 이곳에는 올레와 둘레를 제외하고는 아직은 덜 알려진 곳 위주로 추천해 봅니다. 걷기가 대세인 요즈음 조금은 한적한 곳을 원하신다면 이곳을 걸어 보시길 바랍니다.
1. 가장 낮은 섬을 걷다-제주 가파도 올레길
바람이 모질다는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5.5km, 직선거리로는 2km밖에 되지 않는 곳에 평평하게 누운 섬 하나가 있다. 이름 그대로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는 가파도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분의 1정도에 불과한 가파도는 섬 전체가 27만여 평 정도이다. 접시 모양으로 평평한 섬은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0.5m에 불과하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이 한라산이라면 유인도 중 가장 낮은 섬이 가파도이다.
가파도에 올레 10-1코스가 개장하면서 가장 낮은 섬의 가치가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18만여 평
에 달하는 보리밭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3월에서 4월 중순까지 보리 잎의 푸름이 절정을 이룬다는 가파도 청보리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푸르게 자라난다. 이 절정의 푸른빛은 축제로 이어졌다. 2009년부터 시작된 <가파도 청보리 축제>가 그것이다. 보리밭 산책로는 누구나 편히 걸을 수 있다. 30여 분 걸리는 A, B코스로 나누어 길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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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줏빛 자운영, 평사리 들판을 느리게 걷다-경남 하동 토지길
악양은 하동에서 가장 넓은 들을 자랑하고 있다. 2009년 2월 녹차 재배지 중 세계 최초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느림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행복을 가지고 있는 고장이다. 평사리가 알려진 것은 아시다시피 소설 <토지>였다.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의 대지주 최씨 가문의 4대에 걸친 비극적 사건을 다룬 소설 <토지>는 허구를 실재로 만든 문학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이곳에도 ‘토지길’이라는 길이 생겼다. 토지길은 두 가지 갈래가 있다. 1코스는 평사리공원에서 출발하여 악양들판, 동정호, 고소성, 최참판댁, 조씨고택, 취간림, 악양루를 거쳐 화개장터까지 이르는 18km로 다섯 시간이 소요된다. 2코스는 화개장터에서 시작하여 십리벚꽃길, 쌍계사, 불일폭포, 국사암까지 13km 정도의 길로 세 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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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책이 있는 풍경, 도심 골목길을 걷다.-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부산 광역시 중구 보수동에는 책이 있는 풍경이 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이북에서 피난 온 손정린씨 부부(구 보문서점)가 보수동 사거리 입구(현재 글방쉼터) 골목 안 목조 건물 처마 밑에서 박스를 깔고 미군부대에서 나온 헌 잡지, 만화, 고물상으로부터 수집한 각종 헌책 등으로 노점을 시작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골목 길 좌우로 크고 작은 책방들이 어깨를 다투며 줄지어 있는 풍경은 이곳이 아니라면 보기 힘든 광경이다.
책방골목에서 동광동 인쇄골목과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촬영지인 40계단과 40계단 문화관을 거쳐 부산근대역사관, 용두산 공원까지 걸으면 좋다. 여력이 된다면 자갈치시장까지 걸어서 가자. 이승기가 배불리 먹었던 생선구이가 맛나다.
자갈치시장 생선구이집과 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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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기미 가는 길
4. 느릿하게 걷는 즐거움-전남 흑산도 도보여행
흑산도는 흑산 팔경으로 유명한 영산도를 비롯하여 홍도, 태도, 가거도, 만재도, 대둔도, 장도 등의 수많은 섬을 껴안고 있는 오지랖 넓은 섬이다. 부두가 있는 예리항은 고기잡이 어선과 상가 등으로 언제나 흥청대는 곳이다. 모양이 새 입과 같아 모든 것을 끌어 들이는 형국이라 하여 예리로 불린다.
흑산도 도보여행은 예리항에서 출발하면 된다. 일주 도보여행도 좋지만 여유가 없다면 이곳만이라도 걸
어보자. 약 4km로 예리항에서 상라봉 아래의 무심사지까지 2시간 정도의 코스다. 예리항-자산문화도서관-초장골성당(흑산성당)-진리-진리해수욕장-각시당(진리당)과 용신당(용왕당)-배낭기미해수욕장-옥섬-읍동-무심사지
진리당과 상라봉 십이고갯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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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옛길 따라 오지마을을 가다-충북 괴산 산막이 옛길
산막이 마을이 있는 칠성면 사은리 일대는 조선시대부터 유배지였을 만큼 멀고 외진 곳이었다. 깎아지른 바위벼랑에 물안개와 노을이 아름다워 연하구곡이라 불렸다. 지금은 물에 잠겨 옛 모습을 짐작만 할 뿐이다. 전설 속 연하동을 찾아 가는 길은 ‘산막이 옛길’로 복원되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술로 만들어진 괴산 수력발전소를 지나면 오지마을 산막이가는 길이 있다. 이 길의 길이는 총 2.5km에 달한다. 느릿느릿 걸어도 산막이 마을까지는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지금은 단 세 가구만 산다. 마을에는 변강식(81) 할아버지 내외와 형님 내외, 정씨 아저씨 총 다섯 명이 살고 있다.
산이 막혀 길이 끝나는 산막이마을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에 있다. 산막이 마을을 가려면 <괴산수력발전소>를 찾으면 제일 쉽다. 수력발전소에서 강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이곳이 외사리 사오랑마을이다. 복원된 산길을 따라 2.5km 정도 가면 산막이 마을이 나온다. 길은 누구나 편히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
변강식 할아버지와 산막이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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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느낌이 있어야 걷기도 좋다-지리산 둘레길 인월-금계 구간
1박2일로 지리산 둘레길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정상 정복 위주의 등산에서 그 산에 깃든 모든 생물들, 사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걷기 여행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굳이 여행자가 소개하지 않아도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최근에 둘레길과 올레길에서 완주를 목표로 걷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사실 여행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다. 애초 걷는 길이 생겼을 때의 초심이 뭔가 흐려지는 느낌을 받는다. 얼마나 많이 걸었느냐보다 얼마나 많이 느꼈느냐가 도보여행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작년 가을, 여행자가 간 곳은 인월-금계 구간 중 19.3km였다. 아이가 있어 매동마을에서 상황마을까지 왕복 5km만 걸었다. 그래도 만족이다.
지리산 둘레길의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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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주 올레, 지리산 둘레 못지않은 강원 양양 달래길
달래길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하월천리 달래촌 80km에 조성된 달래길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달래길’이라는 이름을 단 트레킹 코스이다. 달래촌 화동(꽃골)에서 시작되는 달래길은 계곡과 숲, 생태관찰 코스가 어우러져 설악산 삼형제봉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이다.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에 비해 아직 덜 알려졌지만 지속적인 홍보가 된다면 이에 못지않은 길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11개의 코스가 조성되었고 앞으로 200km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행자도 이 모든 코스를 언젠가 꼭 걷고 싶을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인 길이었다. 시골마을의 여유와 설악산의 풍경을 담고 있는 달래길이 강원도의 또 다른 명소가 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웃달래마을의 감 따는 풍경과 뒷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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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숲길에서 본 관음도와 죽도
8. 울릉도 숲길의 진면목-내수전 석포 옛길 트래킹
울릉도는 어디를 가도 비경이다. 여행자는 4박5일 동안의 울릉도 여행에서 대개 마을버스를 이용하거나 걷는 것을 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걷기 코스는 내수전 석포 옛길, 행남해안산책로, 천부-현포, 남양-통구미 등이다.
내수전 석포 옛길은 총 4.4km 정도의 숲길이다. 석포전망대에서 내수전 쉼터까지는 1시간 30분~2시간 정도 소요된다. 초등학생을 포함한 어린이도 무난히 걸을 수 있는 산길이다. 다만 산행 경험이 적은 사람이라면 석포에서 출발하여 내수전으로 가는 길을 택하는 게 좋다. 내수전에서 석포로 가는 길은 긴 오르막이 있어 초행자가 걷기에는 약간 힘든 길이다.
2010년 걷기 좋은 길 추천18곳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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