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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신비의 섬

외지인은 모르는 울릉도 외딴집의 숨은 비경



 

외지인은 모르는 울릉도 외딴집의 숨은 비경


울릉도 여행을 하다보면 한 번 보았던 사람을 다른 장소에서 종종 다시 만나게 된다. 섬이다보니 여행을 다니는 장소가 대개 겹치기 때문이다. 독도와 나리분지에서 보았던 중년의 부부를 죽도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서로 가벼운 눈인사만 건넸는데 죽도에서 돌아와 도동선착장에서 그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전에 나리분지에서 뵈었지요?”

“아, 예. 반갑습니다. 제가 먼저 인사를 드려야 되는데....”

“저희들은 오후에 울릉도를 나갑니다.”

“예, 저는 이틀 더 머물 생각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가 한곳을 꼭 가보라며 추천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가 한곳을 꼭 가보라며 추천했다.


“여보, 거기가 어디였지.”


남자는 아내에게 물었으나 그녀 역시 정확히 기억하질 못했다. 그는 이래저래 열심히 설명하였다


“아, 태하겠군요. 모노레일을 타고 갔다면요.”


가 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여행자는 위치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 예. 난생 처음으로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을 보았습니다. 전망대도 좋았지만 인근에 있는 외딴집에서 보는 풍경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거기를 어떻게 가지요?”

“가이드가 안내를 했는데.... 뭐라고 설명을 못하겠네요. 무슨 방송 촬영지라고 했는데.... 아무튼 외딴집을 들리는 외지인들은 간혹 있는데 그 안에 비경이 있다는 건 전혀 모른다고 하더군요. 우리 가이드가 자기 손님들한테만 소개하는 곳이라던데.... 외딴집이 있고 염소를 키우는 초지가 있었어요. 염소를 키우느라 철조망이 둘러쳐 있더군요. 그런데 철문이 잠겨 있습니다. 노부부가 사시는데 거동이 불편하여 가이드가 열쇠를 빌려 열어 주더군요. 혹시 못 볼 수도 있겠지만 한번 꼭 가보세요.”


그는 나름 기억을 더듬어 여행자에게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은 언제나 따뜻하다. 인연이 되면 다시 보지 않겠냐며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다음날 그곳을 찾으려고 했으나 갑자기 쏟아지는 비로 숙소로 돌아와야만 했다. 다음날 다시 태하를 찾았다. 태하 등대 인근이라는 말만 믿고 산길을 올랐다. 얼마간 걸으니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으로는 등대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인간시대 촬영지라고 적힌 작은 표지목이 있었다. 직감적으로 그곳임을 알았다.

 

거대한 향나무가 있는 외딴집이 보였다. “계세요.” 몇 번이나 불렀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장작이 가득 쌓인 창고며 가재도구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마루에 놓인 노부부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진 옆 벽에는 주인 할아버지가 쓴 소박한 시가 걸려 있다.


산꼭지의 낙원

작고작은 들녘 향기로운 흙속

나의몸이 자라 칠십팔세 늙은

고향향기 먹고 떠날길이 막혀

일편단심 일생 내교향을 지켜

보람있게 살아 온누리에 가세

잠이들면 잊어 영원히빛 나리

 

집 뒤로 돌아가니 채마밭이 나왔다. 그러나 바다로 가는 길은 없었다. 다시 돌아 나와서 집 왼쪽의 밭으로 향했다. 밭의 끝으로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고 가운데에 철문이 있었다. 철문에 다가서니 다행히 자물쇠는 열려 있었다.

 

작은 오솔길은 비로 진창이 되어 있었고 동글동글 까만 염소 똥이 길을 덮고 있었다. 비가 억세게 퍼붓기 시작하였다. 바람마저 불어 우산이 뒤집히기를 몇 번, 벼랑 끝에 다다랐다.

 

쏟아지는 비로 인해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한눈에 보아도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이었다. 초록색 초원이 가없이 펼쳐지고 그 끝으로 섬의 해안선이 겹쳤다 숨기를 반복하더니 안개와 비속으로 점점 사라졌다.

 

풀숲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니 바짓가랑이는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막 돌아 설려는 찰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무리 속에 전날 나에게 이곳을 소개했던 부부의 가이드가 앞장서고 있었다.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사진 몇 컷을 더 찍고 초지를 나왔다. 혹시나 싶어 외딴집에 다시 들렀으나 노부부를 볼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남긴 따뜻한 시 한 수를 읊으며 등대로 향했다.




나의 손님

어제는 꽃잎향기 향목길에 풍기더니

오늘은 아름답게 관광손님 오셨네

천천히 천천히 자연경관 감상하세

나에게 더없는 소중한 손님

행복에 희망실고 사랑 찾아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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