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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섬

해수욕 싫은 나도 풍덩했던 명사십리해수욕장


 

해수욕 싫어하는 나도 풍덩했던 명사십리해수욕장


철부선이 아니면 건널 수 없었던 신지도. 다리가 개통되고 나서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그중 여름이면 단연 인기를 끄는 곳이 명사십리해수욕장이다. 수년 전 신지도에 다리가 생기자마자 명사십리를 찾았었다. 그때만 해도 해수욕장에는 변변한 편의시설조차 없었다. 자연 찾는 이도 거의 없었고 여름이 되어야 피서객으로 해변이 듬성듬성 채워질 뿐이었다. 그 뒤 다시 찾았을 때 해수욕장은 제법 번듯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이번에만 4번째 방문인데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제1주차장은 아예 만차였고 나머지 주차장은 그나마 빈자리가 있었다. 해수욕장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보길도,노화도에서 완도 화흥포로 돌아오는 뱃길에서

해수욕장은 이름그대로 십리에 걸쳐 길게 늘어서 있다. 길이만 해도 4km에 달하고  백사장 폭만 해도 150여 미터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고 긴 해변을 자랑한다. 그 장대한 크기만큼이나 탁 트인 바다는 속을 시원하게 한다. 수심 또한 얕아서 아이들이 수영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백사장 뒤로는 울창한 솔숲이 있어 그늘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기에도 적합하다. 모래도 부드럽고 고와 모래찜질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명사십리해수욕장. 이름그대로 길이 4km에 달하는 긴 해변이다. 카메라에 해변 전체를 담는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사진 속에 나온 것은 해수욕장 전체의 3분의 1정도.

1주차장 쪽은 사람들이 너무 붐비는 지라 일단 해변 끝까지 가보기로 하였다. 차로 한참이나 달려서야 해변의 끝에 다다를 수 있었다. 7주차장쯤으로 기억되는데 이곳의 해변은 너무나 한적하였다. 나에게는 딱 좋은 곳이었으나 편의시설까지 거리가 다소 있어 모두 번잡하지만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자고 하였다.

 

다시 2주차장으로 돌아와서 텐트를 치고 아이들 튜브에 바람을 넣어 해변으로 향했다. 사실 여행자는 해수욕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여름바다보다 겨울바다를 좋아하고 바다를 그저 바라보고 파도소리 듣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여름에는 오히려 바다보다 계곡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번 여름휴가의 컨셉은 “휴식” 동서는 여행 내내 이 말을 강조했었다. 3박 4일의 여정동안 해수욕장 두 번, 물놀이장 한 번을 갔으니 확실히 휴식은 한 셈이었다.

 

대개 여름휴가를 가면 여행자는 가족들이 해수욕할 동안 주변 여행지를 혼자 떠돌아 다녔다. 그러나 이번에는 같이 시간을 보내기로 사전에 약속을 했고 무더운 날씨도 한 몫을 했다.

 

일단 바다에 뛰어들었다. '으미, 시원한 거.' 이렇게 까지 좋을 줄 몰랐다. 한 번 필 꽂히면 끝까지 가는 성격은 이곳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조카들 보트도 빼앗아 타고, 아내가 가지고 놀던 커다란 튜브도 달라 해서 타보았다. 파도는 어찌나 다이내믹하게 밀려오던지.... 아이들도 연신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수심은 얕은 데 비해 파도가 있어 파도타기를 하기에 정말 좋았다. 보트에서 내리던 동서가 파도에 중심을 잃고 큰 대자로 그대로 바다에 자빠졌다. 주위 사람들은 배를 잡고 웃었고 큰 웃음을 준 동서의 의도하지 않은 몸개그는 우리를 한층 즐겁게 하였다. 해수욕하다 지치면 모래집을 짓고 가족 대항 해변 축구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 명사십리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 후기 철종의 사촌 아우였던 이세보가 안동 김씨의 계략에 걸려 신지도로 유배를 오게 되었다. 억울했던 그는 밤이면 해변에 나가 북녘하늘을 보며 유배의 설움과 울분을 시로 읊었다. 그 후 이세보는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한양으로 돌아갔다. 그 다음부터 이곳 모래밭에서는 비바람이 치는 날이면 모래밭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소리가 마치 울음소리 같다 하여 울 자를 써서 명사십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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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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