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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기행

큰비가 와서 장관인 60m 위봉폭포


 

큰비가 와서 장관인 60m 위봉폭포

 

전날 우리는 밤새 술을 마셨다.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처럼. 급기야 술이 술을 마셨고 우리는 하나같이 나가떨어졌다. 아침 일찍 산사를 올랐다. 질펀했던 전날 속세의 기억은 장대비 속의 산행에 씻겨 갔다.

 

스님이 내어온 차 한 잔을 마시며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오후가 되어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바짓가랑이가 겨우 말랐건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스님께 인사를 하고 일행은 산을 내려왔다.

 

저녁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송광사나 한번 가보자구.” 일행 중 한 분이 제안을 했다. 다들 동의를 하고 다시 우의를 챙겨 길을 나섰다. 이참에 위봉산성과 위봉사도 함께 둘러볼 요량이었다.

 

전주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위봉폭포를 먼저 가기로 하였다. 완산8경에 드는 절경으로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매번 지나쳤던 곳이다. 종남산을 지나 굽이굽이 고갯길을 한참이나 올라서야 차를 세웠다.

 

고갯마루에는 산마, 옥수수 등을 파는 간이 상점이 있었다. 오른쪽으로 시야를 돌리자 거대한 폭포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물줄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산봉우리 사이의 절벽에서 장대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예부터 완산8경의 하나인 위봉폭포. 큰비가 와야 제맛이다.


 

족히 60m는 되어 보이는 폭포는 장쾌하기 그지없었다. 전망대에 올랐다. 이곳에 오르니 물줄기는 더욱 장관이었다. 절벽에서 떨어진 물줄기는 쉴 새도 없이 다시 깊은 계곡 아래로 한 번 더 떨어졌다. 이단폭포였다.

 무한정 걷고 싶은 산길

산 능선으로 안개가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비는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안개는 소리 없는 바람에 밀려 어느새 폭포 주위까지 피어올랐다.

 

고개를 돌려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산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 순간 가슴이 찡했다. 여행자가 늘 꿈꾸던 길이었다. 이제는 거의 사라져 버린 풍경. 깊은 숲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어디론가 이어지는 깊은 산길은 꿈을 꾸는 여행의 길이었다.

 

뒤에 알고 보니 이 길은 임도였다. 지행동과 다자미를 잇는 8.36km에 달하는 산길이었다. 언제가 이곳을 다시 와서 혼자 뚜벅뚜벅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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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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