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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기행

장맛비 속에 찾아간 합천 ‘황계폭포’의 장관



 

장맛비 속에 찾아간 합천 ‘황계폭포’의 장관

 

 경남 합천군 용주면 황계리는 최근 폭포로 인해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합천댐을 지척에 두고 삼신산이라 불리는 악견산, 금성산, 허굴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곳에 산지마을치고는 꽤 넓은 들판이 나온다. 이 산 아래에 바로 황계폭포가 있다.


 

 황계폭포는 허굴산과 구장산의 물줄기가 계곡을 돌아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인근 서부경남의 여느 폭포에 비해 명성은 덜하지만 지역민들에게는 꽤 알려진 명소이고 최근에 이르러 시원한 폭포의 풍광을 즐기러 찾아드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다리 옆 공터에 차를 세우고 논길을 따라가면 이내 깊은 솔숲이 나온다. 계류를 따라 얼마간 걷다 보면 정자 옆에 남명 조식 시비가 있다. 남명은 삼가현 뇌룡정에서 병목(지금의 대병면)에 살던 일곱 살 위의 벗인 사미 김경충을 만나러 가면서 황계폭포에 자주 들렀었다.


 

기개를 중시했던 남명은 황계폭포를 자주 들렀는데, 이때 지은 시 두 수와 같이 왔던 경부 김우굉에게 지어준 시가 전해진다. 그중 남명이 지은 시 한 수가 시비에 적혀 있다.

‘달아맨 듯한 한 줄기 물 은하수처럼 쏟아지니

구르던 돌이 만 섬 옥으로 변했구나

내일 아침 사람들 논의 그리 각박하지 않으리

물과 돌 탐내고 사람까지도 탐낸다 해서’


 

 시비가 있는 정자는 자연정紫煙亭이다, 김녕 김씨 후손들이 선조들이 노닐던 이곳에 정자를 세우고 자연정이라 불렀다. ‘자연紫煙’이라는 말은 이(태)백의 시 ‘여산폭포를 보며望廬山瀑布’의 첫 구인 ‘日照香爐生紫煙 해가 향로봉을 비추니 자줏빛 안개가 일어나고’에서 따온 말이다. 황계폭포를 옛 선인들은 여산폭포에 비유했다고도 한다.


 

 정자를 지나면 호롯한 흙길에서 굴곡 있는 바윗길로 바뀐다. 바위를 오르내리다 보면 폭포의 굉음소리가 들리고 순간 밝은 기운이 계곡을 비춘다. 깊숙한 계곡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황계폭포는 2단 폭포이다.


 

 높이 20여 미터의 절벽에서 떨어지는 황계폭포는 위의 직폭과 아래의 와폭으로 이루어진 2단 폭포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직폭과 암반을 타고 흐르는 와폭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장마 속에 찾아와서 그런지 물이 많은 편이다. 사실 황계폭포는 가뭄이 심하면 물이 거의 없다. 여러 여행 안내서에서 ‘황계폭포는 아무리 가물어도 수량이 줄지 않는다.’고 적고 있으나 이곳을 자주 온 나는 물이 메마른 황계폭포를 종종 보아왔다. 특히 와폭은 가뭄에는 겨우 바위틈을 타고 흐르는 소량의 물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처음에 기록한 자의 글을 아무런 검토 없이 그대로 인용한 결과이리라.  장마나 비가 오는 날 내가 황계폭포를 자주 찾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수량이 많지는 않아 와폭 옆의 계단으로 올라가 상단의 직폭으로 향했다. 비가 와서 바위 표면이 매우 미끄러워 할 수 없이 신발을 벗고 계곡을 건넜다. 계곡물이 이미 냇돌에 넘실거려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비라도 많이 내리면 계곡을 건널 수 없다.


 

 상단 폭포 앞은 너럭바위이다. 비라도 오지 않으면 떨어지는 폭포수를 감상하며 수십 명이 소풍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잠시 폭포를 감상하다 일행들을 재촉하여 다시 계곡으로 내려왔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어져서 계곡을 다시 건너지 못할 것이 염려되어서였다.


 

☞ 여행팁 황계폭포는 경남 합천군 용주면 황계리에 있다. 합천읍에서 합천댐 방면으로 가다 용주면에서 ‘황계폭포’ 표지판을 따라 1026번 지방도를 타면 된다. 혹은 합천댐에서 금성산과 악견산 사이의 길로 접어들어 1026번 도로를 타고 가거나 합천댐에서 황매산 방면으로 가다 양리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15분 정도 가면 된다. 인근에 합천댐, 영상테마파크, 황매산, 영암사지 등 볼거리가 많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