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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 기행

판소리 동편제의 탯자리, 비전마을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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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의 본고장 남원에 이른 국도 24호선은 지리산 북쪽 기슭을 한참 달려 함양에 이른다. 지리산 북쪽은 산 남쪽의 협착함과는 달리 고원지대가 지리산을 배경으로 너른 들을 형성하고 있다. 여인의 엉덩이가 지리산에 해당한다면 이곳은 잘록하면서 평평한 여인의 허리같은 지형이여서 편안한 느낌을 준다. 산남쪽은 엉덩이를 지나 허벅지로 급경사를 이룬 형상을 닮아 골이 깊고 평지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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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아홉 굽이 여원치를 넘어 운봉 고원지대의 남천을 따라가면 판소리 동편제의 탯자리라 불리는 비전마을이 있다. 남천 다리를 건너면 마을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듯 짙은 솔숲이 길손을 맞이한다. 고려 말 이성계가 황산벌에서 왜구를 물리친 것을 기념하여 세운 황산대첩비가 있어 마을 이름을 '비전'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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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의 '운림산방'이 우리나라 남종화의 산실이라면 이곳 비전마을은 동편제의 탯자리인 셈이다. 가왕歌王 이라 불리던 송흥록을 비롯하여 그의 동생 송광록이 이 마을 출신이다. 또한 판소리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인식되어 온 구례에서 태어난 송만갑은 송광록의 손자이다. 아버지 손우룡을 포함해서 소리에 과연 '송문일가'를 이루었다. 판소리의 여류 명창인 박초월도 이곳에서 태어나서 12세에 김정문에게 흥부가를, 송만갑에게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를 전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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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흥록은 조선 정조 때 권삼득의 고수였던 송첨지의 아들로 태어났다. 12세에 백운산 월광선사에게 공부하였고, 철종 10년에 정3품 통정대부 벼슬을 제수받게 된다. 그는 조선말기인 순조, 헌종, 철종 대에 걸친 명창이다. 계면조(슬픈 가락), 진양조(느린 장단)를 완성하였다. 민요의 독특한 오음계 선율인 메나리조를 판소리에 도입하고 모든 가사를 집대성하여 판소리의 중시조라 불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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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라는 영화가 국내 뿐만 아니라 한국의 판소리를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다. 해학과 풍자를 기본으로 특유의 음조가 있는 판소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이다. 판고리는 원래 열두마당이었는데, 동리 신재효가 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수궁가, 적벽가, 변강쇠가 등 여섯마당으로 정리하였으며, 다시 변강쇠가를 뺀 다섯마당이 현재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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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는 명창들의 출신지역, 창법 등에 따라 다시 동편제와 서편제로 나누어진다. 섬진강을 경계로 남원, 구례, 순창 등에 전승된 것을 '동편제', 광주, 나주, 강진 보성 등에 내려온 소리를 '서편제'라 하였다. 동편제가 웅장하고 호탕한 우조인 데 비해, 서편제는 부드러우면서 애절한 계면조를 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두 구분은 점차 엷어지고 송만갑, 임방울 등으로 이어진 남성적인 소리를 동편제, 박유전, 정정렬, 김여란 등으로 이어진 여성적인 소리를 서편제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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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비전마을이 판소리 동편제의 본고장이 된 연유는 무엇일까. 한두명도 아니고 대를 이은 명창들을 배출해 낸 그 저력은 무엇일까. 다른 요인들을 차치하더라도 환경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지리산의 신령스러움이 정신 세계를 풍부하게 하고, 아름다운 폭포와 계곡물소리가 지니는 자연적인 음악성, 고원지대 너른 들의 호방함, 풍부한 산림과 농토들이 이 고장을 풍류의 원류로 가능케 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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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를 유독 좋아한 대원군은 판소리 명창들의 지위를 한껏 높여 주었다. 당시로서는 한낱 광대에 불과했던 이들이 대원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벼슬도 하게 되고 그 결과 일정 정도의 부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재력은 생활고를 벗어나게 하여 자유로이 예술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였다. 판소리가 19세기에 이르러 급격히 발전한 역사적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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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마을의 송흥록, 박초월 생가는 2000년 7월에 민가 10여 가구를 이주시키고 그 땅에 복원하였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의 초가가 박초월 생가이다. 아직 정비중인지라 다소 어수선하지만 스피커를 통해 판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흥이 절로 난다. 남천 건너 멀리 보이는 지리산의 장쾌함이 판소리에 그대로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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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는 돌로 만든 조형물이 놓여 있다. 초가로 난 직선길은 동편제 판소리의 미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여러 개의 둥근 조형물은 진양조의 24박을, 5개의 사각 기둥은 메나리조의 구성음을, 2개의 돌로 만든 연지에 담긴 물은 송흥록의 슬픈 가락을 듣고 청중들이 두 눈에서 흘린 눈물을 상징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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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마을 인근에는 흥부골이 있고 변강쇠전으로 유명한 벽송사가 있다. 한번쯤 들릴만한 곳이다.

지리산의 하늘정원 서암정사 둘러 보기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440857)
변강쇠와 웅녀의 전설 벽송사 둘러 보기 (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463186)
지리산 관망 제일 포인트 금대암 둘러 보기 (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459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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